그리스 신화에 제비꽃 이야기가 나온다.
제우스신이 아름다운 소녀 이아를 사랑하게 되자
제우스의 부인 헤라는 질투가 나서 이아를 소로 만들어 버렸다 한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소로 변한 이아를 바라보는 헤라는 불쌍한 마음이 들어
이아가 먹을 풀을 만들어 주는데 그 풀이 바로 제비꽃이며,
그리스 말로 이온(ion)이라 하고 영어로는 바이올렛(violet)이다.
신화 주인공들의 후손이 번지고 번져 오늘날 제비꽃 종류만도 50여 종을 이루고 있으니
봄마다 만나는 제비꽃들 이름을 불러주기가 늘 어렵다.
◀ 호제비꽃
우리의 이름으로 알려진 제비꽃이란 이름은
강남으로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즈음에 피어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또 다른 이름인 오랑캐꽃이란 이름은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춘궁기 시절에
북쪽의 오랑캐들이 식량을 구하려
남쪽으로 쳐들어오곤 하는 시기에
피어나는 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 왜제비꽃
그 조그마한 꽃 한 송이에 붙여진 이름은
많기도 하거니와
우리 민족의 정서를 품은 사연이 서러울진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또 다른 이름은 "여의초" 이다.
한자로는 如意草, 의미 그대로 뜻과 같이라는 뜻이다.
▶ 남산제비꽃
옛날 우리 선조들은
제비꽃을 그려 넣은 그림을 건네주면서
‘만사형통하소서’라는 마음을 전하였다고 한다.
이는 제비꽃의 모양에서 유래했는데
곧게 뻗은 줄기가 꽃봉오리를 만나
살짝 구부려진 모습이
마치 효자손 같다 하여 부여한 이름이라 한다.
▶ 흰제비꽃
등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손처럼
제비꽃의 모습이 그러하니
이는 분명 모든 일을 쉽게 해결해 주리라는 상징성을
조금은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 졸방제비꽃
들에서 아무렇게나 피어나는 꽃들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잡초라 뽑히고, 길가에서는 사람들 발에 밟히고,
풀숲에서는 키 큰 풀잎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 고깔제비꽃
그나마 초봄의 썰렁한 들판에서는
눈에 잘 띄기도 하니
이른 봄,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은
어쩌면 제 모습을 가장 정확히 보여줄 수 있는
이들만의 삶의 방식인지도 모를 일이다.
▶ 콩제비꽃
이들의 작은 존재도
나에게 기쁨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 종지나물(미국제비꽃)
아무리 작아도, 보잘것없어도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