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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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헤엄치는 龍의 섬, 연화도

우리가 그곳을 찾아가게 된 것은 순전한 우연이었다. 2월에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후, 나들이다운 나들이를 못 해보고 일상을 살았다. 기껏해야 생활근거지 주변으로 운동 삼아 다니는 시간이었을 뿐! 남편이 갑자기 콧등에 여름 바람이라도 쏘이자며 제안한 곳은 코레일 투어 협곡열차 여행이었다. 물론 주말 당일치기다. 지난 7월 1일 일정으로 인터넷 예약을 진행하려 하니 예약 불가란다. 왜? 전화해 보니 손님이 적어 그날 계획은 취소가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코레일 측에서는 기차 운행은 계속되는 까닭에 개인적으로 타고 다녀올 수 있다고 알려주지만 우리가 가기에는 너무 멀고 왕복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협곡열차를 타고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깊은 골짜기에 하늘 세 평, 땅 세 평을 차지..

여름 숲길에서

일요일 오전 내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는 마음을 부산하게 한다. 왜 갑자기 이불 빨래 생각이 나는지… 얇은 여름이불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늘 해오던 청소, 빨래, 반찬 만들기 등 일요일 일상을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해 놓고 나니 11시가 조금 지났다. 눈이 자꾸만 밖으로 향한다. 장마가 계속되면 산에 오르는 일도 뜸해질 텐데 하며 가지런히 정돈된 집안을 뒤로하고 살그머니 뒷산을 올랐다 장마를 머금은 날씨는 찌는 듯 더웠지만 일단 산에 오르면 숲 그늘과 바람이 있어 그리 더운지 모른다. 오솔길을 걷노라니 길 양쪽의 초록 나무와 초록 풀들로 인하여 초록의 압력이 팽팽한 느낌을 안겨준다. 아, 요즈음 어느 잠수정이 해저 4,000m에서 내파로 폭발했다는데 우리 뒷산도 꽉 찬..

꽃과 나무 2023.06.26

상추와 나의 비밀

저녁산책을 하고 있는데 아파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이는 내가 매일 그 시간대에 운동하는 것을 알기에 대뜸 지금 운동 중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끝나고 집에 들어가기 전 잠깐 자기 집에 다녀가란다. 8시가 넘는 시간인데요? 했더니 괜찮단다. 집에 다다를 즈음 전화를 하니 그이는 벌써 내려와 있었는데 손에 커다란 검정비닐봉투를 들고 있다. 시골에 밭 조금 있어 심심풀이로 조금씩 채소를 가꾸고 있는데 상추가 많아서 주려고 그랬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완두콩을 주어서 잘 먹고 있는데… 집에 와 풀어 보니 상추는 물론 풋호박도, 치커리도, 쑥갓도, 아욱도 조금씩 있었다. 그중 제일 많은 것이 상추였다. 많은 상추를 보니 조금 걱정이 된다. 남편은 상추를 아주 좋아하지만 나는 별로이기 때문이다. 상추를 ..

단상(短想) 2023.06.24

하지에 만난 굴피나무

내일 6월 21일은 하지 절기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그림자는 가장 짧은 날이다. 하지 절기에 내리는 비는 농사짓는데 더없이 중요하기에 하지에 내리는 비는 천금만큼 귀하다는 말이 있는데 마침 비 예보가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해마다 하지 절기가 되면 나는 마음이 그냥 쓸쓸해지곤 한다. 하지가 지나면 이제 낮의 길이가 하루에 1분씩 짧아진다는 말을 상기하며 일 년이라는 시간의 하향 곡선을 만난 기분이기 때문이다. 반년이 지나도록 내가 한 일은 무엇이며 남은 반년 동안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내게 짐 지워진 일들에 대한 회한이 자꾸 나를 쓸쓸하게 만들곤 한다. 시원한 가을바람의 소슬함에 느끼는 쓸쓸함과 격이 다른 꿉꿉한 기운 속 쓸쓸함은 나를 맥없게 하곤 한다. 비 오기 전 몸이 무거워짐은 나..

꽃과 나무 2023.06.20

거짓으로 피는 꽃, 헛꽃은.....

이른 아침 초여름의 바람은 바뀐 계절의 산차림이 궁금한 듯 살짝 엿보고 있었는지 산등성이 나뭇잎들이 제법 살랑이고 있다. 작은 바람에도 잎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나뭇잎의 움직임이 마냥 부드러운데 내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의 감촉이 어찌나 좋은지… 새들도 마냥 좋은 듯 지난밤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가 부지런히 재잘거린다. 모든 것들이 예뻐 보이면서 내 마음도 저절로 차분해지니 참 좋은 날이다. 요즈음의 우리 아파트 화단 곳곳에는 수국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그 중 내가 제일 반겨하는 수국은 빙 돌아 아파트 뒤 화단에 조용히 참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산수국이다. 배구공 모양 둥글고 탐스럽게 피어나는 수국 꽃과는 달리 보랏빛인가, 청람색인가, 신비의 색으로 어스름한 새벽녘의 빛을 발하는 산수국 꽃이 너무 예뻐 내 마..

단상(短想) 2023.06.16

6월, 초여름 마중 길

어느덧 6월 중순이다. 봄이 짧았다고, 유난히 더운 봄이었다고 투덜댔지만 그래도 봄꽃들이 있어 하나하나 만나는 기쁨 속에 함께 가자 청했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기억 속에 예쁜 봄을 저장해 두고 떠났다.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해 줄, 여름에 피는 꽃 마중을 상상해 본다. 내 손에는 그새 6월이라는 계절에 맞는 일을 해야 할 일들이 쥐어졌다. 마늘 한 접반을 준비했다 마늘 값이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 작년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구입해 놓은 마늘을 시간 나는 대로 조금씩 까기 시작하여 엊그제 토요일 오후까지 모두 마쳤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늘 까기를 끝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호수가 아닌 맞은편 마을 쪽으로 걸었다. 그 길목에 태산목이 꽃을 피운 것을 차로 오가며 보았기에 직접 보고 싶은 마..

단상(短想) 2023.06.12

현충일, 그리고 망종(芒種)

현충일!! 아침 일찍이 조기를 게양하고 바라보는 산야가 참으로 청명하다. 아, 날씨가 참 좋다. 그 좋음을 하늘이 먼저 알려준다. 태극기와 하늘과 구름과 산의 나무들의 어울림이 더없이 평화롭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평화로움은 현충일을 맞이하여 기리는 영혼들이 있어서일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먹먹한 마음으로 젖어든다. 전쟁을 치르며 희생하셨던 분들은 일 년에 한 번이지만 나로 하여금 전율이 일 정도로 기억되고 있으니 어쩌면 지상 어느 곳에 살아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기억되는 것일까. 진정 나는 최소한 우리 가족들에게 만이라도 과연 무엇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가끔 답 없는 질문을 나 혼자 던져보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 앞에서는 전율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좋..

단상(短想) 2023.06.06

유럽(23.04.01- 파리 몽마르뜨 언덕)

▲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맞이한 파리의 아침 - 숙소에서 - ▼ 오늘 여행 마지막 일정으로 몽마르뜨 언덕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글이나 화보등을 통해 알고 있었던 파리의 몽마르뜨는 거리 화가들이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는 분위기를 지닌 곳이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낭만적으로 다가오면서 그곳에는 화가들도 문인들도 거리를 걸어 다니겠지?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었다. 파리 북쪽에 위치한 언덕마을 몽마르뜨는 높이 130m에 불과하지만 파리 시내가 다 보이는 곳이라 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포도밭과 밀밭이 있고 석고 광산들이 있는 목가적인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무들이 있고 특히 탱자나무 꽃을 만나 반가웠다. 성당 왼편으로 데르트르 광장을 만나는데 화가들이 많이 앉아 초상화를 그려준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