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이니 모두의 휴일~
나 역시도 덤으로 쉬는 날이지만
모처럼 집안일에 열심인 척하며 재래시장을 찾아갔다
모두가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주차장이 꽉 찼다.
주차할 자리를 못 찾고 빙빙 돌다
어느 은행건물의 주차장 자리 하나를 만나
간신히 주차하고 문을 열고 내리는데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고개를 들고 둘레둘레 하는데
어쩜 이 건물과 저 건물 경계선에 오동나무가 꽃을 환하게 피우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부터 찍노라니
그리움 한 자락이 출렁이며 밀려온다.
우리 어머니 분냄새와 닮은 오동나무 꽃향기라고
오동나무 꽃을 만날 때마다 말을 건네주곤 했었다.
***** 오래전 어버이날 즈음에 *****
5월이 시작되는 무렵,
봄이 끝나는 무렵,
보랏빛 오동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꼿꼿이 세운 가지에 피어난 꽃은
땅을 향한 다소곳한 모습으로 우아하게 피었습니다.
그 옛날 어머니가 툭툭 두들겨 바르시던 분 향기를 피우며
지나는 바람 한줄기에도 후드득 떨어지고 마는,
슬픈 몸짓으로 땅 위에 누워서도
그 어머니의 분 향기는 여전합니다..
분 향기 따라 피어나는 어머니 모습,
오늘 고운 보랏빛 옷 하나 준비했습니다.
어머니, 내일이 어버이날이에요..
이 날이 되면 어머니는
♬붉은빛 카네이션은 살아계신 표라지~ 하얀빛 카네이션은~ 노래를 하셨지요
그런데 일이 너무 바빠 어머니께 가지 못하고
이렇게 전화만 합니다.
어머니, 이틀 지나면 아버지 기일이잖아요.
그때 갈게요.~.~
전화 한 통으로 무마하는
얄팍한 내 마음 안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찾아 올 아들을 다 잃고 계신
어머니의 외로움을
그나마 채워주지 못하고
오히려 아들에 대한 그리움만
커다랗게 심어줄
나의 작은 마음이
보랏빛 옷 한 벌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오동나무 아래 앉아 보랏빛 꽃을 바라보며 실컷 울고 싶은
어버이날입니다.
아직도
어머니는 분 냄새 가득한 그리움입니다. (08.05.07)
5월 2일
오후 6시 40분 경 산책길 호숫가의 오동나무는
지는 해를 받으며 분홍빛 꽃으로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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