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오동나무 꽃이 피면

물소리~~^ 2024. 5. 2. 20:56

 

 

 

 

 

근로자의 날이니 모두의 휴일~

나 역시도 덤으로 쉬는 날이지만

모처럼 집안일에 열심인 척하며 재래시장을 찾아갔다

 

모두가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주차장이 꽉 찼다.

주차할 자리를 못 찾고 빙빙 돌다

어느 은행건물의 주차장 자리 하나를 만나

간신히 주차하고 문을 열고 내리는데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고개를 들고 둘레둘레 하는데

어쩜 이 건물과 저 건물 경계선에 오동나무가 꽃을 환하게 피우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부터 찍노라니

그리움 한 자락이 출렁이며 밀려온다.

우리 어머니 분냄새와 닮은 오동나무 꽃향기라고

오동나무 꽃을 만날 때마다 말을 건네주곤 했었다.

 

 

 

 

 

***** 오래전 어버이날 즈음에 *****

 

5월이 시작되는 무렵,

봄이 끝나는 무렵,

보랏빛 오동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꼿꼿이 세운 가지에 피어난 꽃은

땅을 향한 다소곳한 모습으로 우아하게 피었습니다.

그 옛날 어머니가 툭툭 두들겨 바르시던 분 향기를 피우며

지나는 바람 한줄기에도 후드득 떨어지고 마는,

슬픈 몸짓으로 땅 위에 누워서도

그 어머니의 분 향기는 여전합니다..

 

분 향기 따라 피어나는 어머니 모습,

오늘 고운 보랏빛 옷 하나 준비했습니다.

어머니, 내일이 어버이날이에요..

이 날이 되면 어머니는

♬붉은빛 카네이션은 살아계신 표라지~ 하얀빛 카네이션은~ 노래를 하셨지요

 

그런데 일이 너무 바빠 어머니께 가지 못하고

이렇게 전화만 합니다.

어머니, 이틀 지나면 아버지 기일이잖아요.

그때 갈게요.~.~

 

전화 한 통으로 무마하는

얄팍한 내 마음 안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찾아 올 아들을 다 잃고 계신

어머니의 외로움을

그나마 채워주지 못하고

오히려 아들에 대한 그리움만

커다랗게 심어줄

나의 작은 마음이

보랏빛 옷 한 벌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오동나무 아래 앉아 보랏빛 꽃을 바라보며 실컷 울고 싶은

어버이날입니다.

 

아직도

어머니는 분 냄새 가득한 그리움입니다. (08.05.07)

 

 

 

 

 

 

5월 2일

오후 6시 40분 경 산책길 호숫가의 오동나무는

지는 해를 받으며 분홍빛 꽃으로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