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봄을 보내며

물소리~~^ 2024. 5. 25. 21:51

 

 

 

무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 사람도 함께 변화하기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 변화에 동참할 수 없다면 얼마나 힘든 생활을 영위하게 될까.

 

▲참조팝나무

 

오늘 토요일 모처럼 종일 집 안에서 머물렀다.

옷장 정리를 하기 위해서다.

동안 하나둘씩 세탁해 놓은 겨울옷을 옷장 안 깊숙이 넣거나

아니면 서랍장 내용물을 서로 바꿔 놓는 일이다.

여름 바지를 꺼낸 곳에 두꺼운 바지를 넣어두고

짧은 소매 옷을 꺼내 놓고 길고 두꺼운 소매 옷을 가지런히 개어 놓기를 반복했다.

 

▲돌가시나무

 

와중에 입지 않는 옷들도 종량제 봉투에 넣어가며 하노라니

자꾸 또 망설여진다.

더 입을 수 있는데… 아직은 새것인데… 하는 옷들이 나를 난감하게 한다.

 

나는 처음 새 옷을 마련할 때면

조금 넉넉한 치수의 옷을 고르곤 했었다.

이유는 나이 들어가면서 몸무게가 늘면 못 입을 것 같은 걱정에서다.

그런데 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몸무게의 변화가 거의 없으니 10년 전의 옷도, 그 이전의 옷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하니 옷장 안을 차지하고 있는 옷들은 그렇게

나의 오랜 손길이 묻어있는 옷들이었다. 어디 손길뿐인가.

 

▲브라질 마편초

 

그 옷을 입었을 때의 내 모습과 생활을 보이지 않는 글자로 보관하고 있으니

거짓 없는 삶의 기록이다.

종량제 봉투 안에 들어갔던 옷 중에서 기어이 두벌을 다시 꺼내 놓고 묶었다.

흔히 오래된 비싼 옷보다

유행하는 잠바 하나가 더 좋다고 한다.

 

아무리 꾸민다 한들 내 안 깊숙이 자리한 잇대어 온 시간이 덮어질까.

 

▲떡쑥

 

묶은 봉투를 다시 풀게 될까봐

얼른 들고나가 옷 수거함에 넣었다. 이제 끝이다.

옷장이 조금 널널해졌다.

가지런히 정리된 옷장 안을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닫았다.

옷들이 들락날락하느라 먼지가 날렸을 것이니

대청소를 하고 나니 종일 개운한 마음이다.

봄의 끝자락 5월의 깨끗한 바람이 잠시 거실에 머물다 나간다.

 

나의 손때 묻은 나의 공간에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의 소중함을 새삼 느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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