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마늘 한 접 반을 구매했다.
올해 마늘 농사가 안 좋다고들 하던데 그래서인지 반 접에 15,000원이란다.
다행히 알이 크고 좋았다.
시간 잡아 마늘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시간이 마땅치 않으니
저녁 식사 후, 산책을 다녀와서
늘 밤 9시부터 11시까지 하다 보니 껍질 벗기는 데만 3~4일이 걸린 것 같다.
벗겨 놓은 마늘을 씻으며 얇은 비밀 막까지 벗겨내니
뽀드득뽀드득 기분 좋은 개운함을 안겨 준다.
이제 이 마늘을 갈아 지퍼백에 소분하여 냉동고에 넣어두고 양념으로 아낌없이 사용하면 된다.
토실토실, 말끔한 마늘을 만지다 보니
내 치아가 이처럼 말끔하고 윤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왼쪽 아래 어금니가 시큰거리면서
단단한 무엇을 씹으면 나도 모르게 아~~ 소리를 낼 정도로
나를 불편하게 하여 치과를 방문하니 어금니가 너무 안 좋다고 한다.
아마도 지난 시절 독한 약으로 망가졌을 거란 말에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하는 나다.
의사는 더 망가지기 시작하면
잇몸까지도 무너질 거라면서 조심스럽게 임플란트를 권한다.
남편도 두 개까지는 보험적용이 된다며 진즉에 권했던 것인데
치료 과정이 어려워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어금니 두 개를 임플란트 하기로 하고
기존의 치아를 뽑고 무슨 뼈 이식?을 하는 절차까지 마쳤다.
한쪽 볼이 붓고 무얼 자유스럽게 먹을 수 없으니 불편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붓기는 점차 가라앉는데 아픔도 사라지면 좋겠다
3개월 동안 기다려야 한단다.
괜히 했나 하는 마음에 우울해진다.
이런 나를 바라보는 남편이
현충일 아침 태극기를 게양하는데 어디라도 다녀오자고 한다.
이가 불편함으로 귀찮아하다가
갑자기 카라님이 다녀오셨다고 글 올리신 고성 상족암이 생각났다.
그곳을 말하니 남편은 그곳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얼른 가잔다.
모자 하나만 챙겨 따라나섰다. 우리 모두 초행길~
하지만 내비 따라 달리니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3시간이 소요된다.
가는 동안 상족암의 물때를 검색하니 다행히도 간조시간이 오후 2시 37분이다.
그러면 12시 30분경부터는 출입이 가능한 시간이니 열심히 달리면 될 것이다.
현충일에 그렇게 상족암에 다녀와서 징검다리 근무를 하고
오늘 토요일에는 마늘과 함께 구매해 놓았던 양파 껍질을 벗기려고 작정했다.
양파장아찌를 식구 모두 좋아해서 해마다 담곤 한다..
비가 내릴 듯한 날씨, 어느 곳에서는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다.
남편도 외출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날씨를 혼자 독차지하며
거실에 자리를 펼쳐놓고 FM 방송을 들으며 하나하나 작업을 하였다
양파 크기가 고르지 못해 큰 거와 작은 거를 분리하면서 했고
상했거나 너무 작은 것은 양념으로 사용하기 위해 골라내면서 하니 한편 재밌기도 했다.
이는 이제 부기도 가라앉았고 통증도 없다
다음 화요일에 실밥을 뽑으면 견딜만하겠다.
음식솜씨는 없지만
내 나름대로 준비해 놓을 것 준비하고 나니 든든한 마음이기도 하다.
영양분이 많다는 양파 껍질을 버리기 아까워 깨끗이 씻어 바삭거릴 정도로 말려
육수를 내거나 보리차 끓일 때 같이 넣어 끓이려고 채반에 받쳐 놓았다.
우리 집 그릇들 중
일 년에 한두 번 사용하는 채반이다.
오늘부터 며칠간 거풍(擧風)을 하면서
제 몸에 안긴 물건들을 잘 받쳐주고 말려줄 것이다.
이(齒) 치료도, 계절 음식 준비도, 오랜만에 바람 들인 그릇도,
언젠가는 모두 해야 했지만 미루어 두고
늘 한 구석 찜찜했던 마음이었는데 이제 조금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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