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히 움직이는 아침시간이면
습관처럼 FM 방송을 켜 놓고, 몸은 움직이면서
귀로는 열심히 음악프로의 진행자 멘트와 음악을 즐겨듣곤 한다.
출근 전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홀가분한 마음 안으로 젖어드는 음악들이
잔잔하게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과 어우러지면서
참으로 정겹게 느껴지곤 한다.
늘 같은 시간대에 같은 진행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간혹 진행자의 목소리가 달리 들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채널을 잘 못 맞추었을까? 하며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하는데
진행자가 개인사정으로 방송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렇게 대신 진행해 주며 낯선 음성을 들려주는 것이다.
진행자가 바뀌면 편성되는 내용도 자연히
진행자의 취미에 따라 조금은 변경 될 터이니
그에 거는 기대, 혹은 실망이 따르기도 한다.
오늘도 깨끗하게 바뀐 부엌창밖으로 보이는 산등성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렇게 오늘 대신 맡아하는 진행자의 어색함을 전하는
털털한 목소리의 멘트를 듣노라니 슬며시 웃음이 번졌다.
진행자 자신은 비록 진행을 말끔하게 할 수도 없고
음악에 대한 상식도 부족하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스며든 음악만큼은 꺼내 보일 수 있으니
많은 박수로 응원을 해 주시면 열심히 진행해 나가겠다고 한다.
‘마음속에 스며든 음악’ 이라는 말이
작은 창밖의 산등성 풍경처럼 참으로 신선하게 들려왔다.
아, 내 안에도 그렇게 스며들 수 있는 신선함이 있을 수 있을까.
남의 신선함을 흉내 낼 수 없지만
몸도 새롭고, 집도 새로워졌으니
늘 부족한 현실에 내 열망을 빼앗기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으면서
평온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그득 차오른다.
작은 창밖으로 보이는 저 보랏빛 오동나무꽃빛이
나에게 부족한 신선함을 대신해주는
가느다란 밝은 빛 한 줄기를 발견하는 이 작은 편안함이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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