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공원의 호수에는 물안개가 가득 피어오르고 있다.
풍경은 풍경일 뿐인데
괜한 감성을 끄집어내며 풍경들에 찬사를 보내며 걷노라니
목련꽃이 환한 모습으로 내 눈 안으로 들어온다. 어쩜!
고개를 젖히고 한참을 이리저리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꽃을 더 아름답게 찍기 보다는
어쩌면 사진 찍는 순간의 내 감성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봄은 이렇게
늘 다니던 장소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계절인 것이다.
한 계절, 한 순간 만나는 목련의 화려한 새로움 앞에서
나는 즐겨 부르던 목련화 노래를 흥얼거리고
내가 수놓은 병풍의 목련을 생각한다.
이참에 집 정리를 하면서 그동안 벼르고 벼렸던
오래된 병풍의 표구를 비단으로 다시 했다.
어찌나 기분이 좋고 뿌듯한지 모르겠다.
그 시절에 수 놓은 목련이
과연 지금의 목련 모습을 닮았을까
만약 닮아 보인다면
변함없이 살아가는 목련의 모습이
진정 귀감일 것이다.
뒷면에는 역시나 집 정리하면서 나온
한 화백의 수묵화 춘하추동 4점을 곁들였다.
그냥 개운한 마음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수놓은 병풍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거금을 들여 구입해놓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림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으니
너도 나도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자연 속을 걸으며 만나는 사물이 내 마음을 가볍게 이끌어 주는 현상은
힘든 일상을 벗어나게 해 주지는 않아도
조금은 면제를 해 주는 의미라고 믿는 내 마음은 억지일까?
아니다. 그냥 서로 오가는 친근함의 표시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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