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나이테로 말하는 나무

물소리~~^ 2021. 3. 10. 11:47

 

   이제 마지막 오름 오솔길이다.

   이곳을 오르면 곧장 내려가는 길을 만나고

   오늘 하루의 코스를 다 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올 것이다.

 

   경칩이 지난 봄날인데도

   산속 풍경은 아직 겨울이다.

   모두 제 안에 봄을 품기 위해 열심히 물을 올리고 있어서일까.

   산등성의 낙엽들이 촉촉이 젖어 있음이 마냥 정겹기만 한데

   내 거친 숨소리를 받아내는 길섶의 굴참나무의 낯선 모습을 발견했다.

   튼튼한 줄기 하나가 잘려 나간 것이다.

   왜 잘랐지?

   동절기에 나무 손질을 하는데 그 틈에 베어진 듯싶다.

 

   잘려나간 줄기의 나이테가 선명하다

   어쩜! 나이테 모양이 그냥 둥근 것이 아니라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 글씨처럼 보이는 것이다.

   大 자 같기도 하고

   太 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무는 비록 제 몸이 잘려 나갔지만

   큰 뜻을 품고 크게 자라고 있었다고 말하는 듯싶었다.

 

   나이테 한 줄마다에 나무의 생성과 성장이 새겨져 있을 터,

   한 자리에 서서 움직일 수 없는 몸이지만

   땅에 의지하여 하늘을 우러러보고

   햇빛으로 영양을 채우고, 달빛으로 곱게 다듬은 곡선이 참으로 정갈하다.

 

   우주를 품은 나이테가 날카로운 톱날에 놀랐을까

   그만 커다란 협곡을 만들고 제 안의 한을 그려내고 있었으니

   나무의 큰 (大) 뜻이 오롯이 내 안에 전해진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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