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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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野壇法席)

어제 저녁 늦게까지 마늘을 까느라 고단했던지 오늘 아침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몸을 질질 끌며 거실에 나가 그대로 쇼파에 털썩 앉아버렸다. 맞은편 TV 에서는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고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한 여자 아나운서가 오늘의 이슈톡? 이라는 주제로 갑자기 나타난 범고래를 피하려는 바다사자 무리들이 가까이서 정어리 잡이 하는 배 위로 뛰어 오르는 모습을 포착한 장면이었다. 이에 아나운서는 바다사자들이 배 위로 오르려고 야단법석이라는 표현을 한다. 잠이 확 달아난다. 범고래에 잡히지 않으려고, 살아남으려고 필사적으로 날뛰는 바다사자들에게 야단법석이라는 표현이 과연 맞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야단법석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몹시 떠들썩하고 소란스럽게 법석을 떠는 상태”..

단상(短想) 2021.06.18

늦은 만남

일주일 만에 산에 올랐다. 동안 숲속 친구들은 부지런히 제 몸을 키우며 지나고 있었다. 산등성을 가득 채운 밤꽃들이 자신들의 진한 향을 KF94의 내 마스크까지 뚫고 내 코로 들이민다. 그래 꽃이 많은 만큼 가을에 튼실한 열매를 많이 맺겠지? 그 때를 기다리는 내 마음에 그만 웃음이 나온다. 아, 밤꽃향에 마삭줄꽃 향이 밀렸을까 그 고운 향을 뿜어내는 꽃들은 어느새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이 고운 모습을 이제야 만나다니.... 그런데 그 무성한 마삭줄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영향으로 우리 뒷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히 많아졌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자연적으로 생성된 오솔길을 많이 정비하면서 마삭줄이 타고 오른 나무가 베어 나간 것이다. 멀리서도 향으로 나를 불러 주곤 했던 마삭줄의..

사진 2021.06.13

백신을 맞고......

오늘로 백신접종 후 일주일이 되었다. 주사를 맞을까 말까 저울질하며 복잡한 마음의 시간들을 보내다가 사전예약 마감 일 하루 전에 신청했다. 막상 신청 사이트에 들어가니 내가 원하는 병원은 모두 예약불가였다. 접종인원이 마감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조금씩 조바심이 일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두들 접종을 하는데 나는 너무 내 몸을 사리고 있었나 보다. 어렵게 집 근처가 아닌, 사무실 근처의 내과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오후 2시에 접종을 하고 이상 반응 여부를 관찰하는 시간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어 돌아왔는데 두어 시간 후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겁이 더럭 난다. 얼른 두통약 한 알을 먹고 지켜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다시 아프다. 5시간 간격으로 두통약을 먹으며 하루 반 정도 지나니 개운하지..

단상(短想) 2021.06.13

마늘 꽃을 먹었나?

마늘종을 나는 마늘쫑이라 말한다. 남편이 마늘쫑 조림을 좋아한다. 하니 매년 이즈음이 되면 마늘쫑 요리 하기에 바쁘다. 도톰한 마늘쫑을 알맞게 자른 후 갖은 양념장에 은근하게 졸이면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한 맛이 일품이다. 사실 마늘쫑은 마늘의 꽃줄기이다. 이 꽃줄기는 꽃을 피우기위해 온갖 영양분을 곧은 줄기에 비축해 두는데 꽃줄기가 꽃을 피우면 땅속의 알마늘에 양분이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에 부실하게 자란다고 한다. 하여 꽃줄기를 뽑아 내는데 우리는 마늘쫑이라 하며 꽃줄기의 영양분을 먹고있는 것이다. 마늘의 꽃을 빼앗아 먹으면서도 우리는 꽃을 피우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늘쫑은 우리들의 식탁 위에서, 사람들의 입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따라 유난히 졸인 마늘쫑이 맛있다. 아마도 꽃이 배어..

단상(短想) 2021.06.01

신시도국립자연휴양림

지난 토요일, 3월에 개장한 국립 신시도자연휴양림에 다녀왔다. 사업비 230억원 투입, 지난 2018년부터 3년의 공사 끝에 완공한 휴양림은 아직은 진입 도로편이 좁아 조금 아쉬운 면이 있지만 선유도 전체가 보이는 조망만큼은 최고다 ​ 총 120ha의 면적에 방문자 안내센터 등 편의시설과 지역 여건을 적극 반영한 '해, 달 그리고 별'이라는 주제로 숲속의집 28동, 산림문화휴양관 2동 등, 총 56개 객실의 숙박시설을 마련했으며, 해안탐방로, 전망대를 비롯한 다양한 휴양시설을 설치해 고군산군도의 명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휴양림을 나와 대각산 오르는 길목인 월영재에 올라 199봉을 지나 내려왔다. 꽃피는 시기에는 나무가 무성하지않아 등산로가 잘 보였는데 숲이 우거지고 잡풀들이 무성하니 등산로..

사진 2021.05.29

길에서 줍는 낭만

음력 4월 보름날의 해질녘,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날이라 하여 저녁식사 후, 서둘러 호숫가 산책을 나섰다. 호숫가의 노란 붓꽃은 시들어 가는데 노란 금계국은 낭창낭창한 몸매로 한창 멋을 부리고 있다.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덮여있다. 보름달을 만나기는 틀렸다며 애써 포기하고 걷는데 서쪽하늘, 저기 우리 아파트 위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노을은 구름도 물들이고 호수 위 물결에도 어려 있다. 금세 사라질 저 아름다움을 갖고 싶으니 괜한 낭만감에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본다 어느 풍경은 형체 없는 상상을 안겨주지만 오늘의 풍경은 나를 초대하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나는 노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지만 그 사진에는 내 마음이 담겨 있지 않으니 내 안 깊숙이 잠자고 있는 초라한 낭만을 꺼내어 끼적이고 있다. 찍고 ..

사진 2021.05.27

완벽하지 않은 멋을 만나다.

아침에 우리 지역의 신문을 읽다가 눈과 마음이 확 당기는 사진 한 점을 보았다. 한 전통자수 작가가 프린트한 달항아리 위에 수를 놓았다는 작품이었다. 내용을 읽기도 전에 은은한 바탕위의 항아리 모습에 그냥 마음이 푸근해 진 것이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자수를 좋아하고 우리 조상님들의 혼이 어린 달항아리의 모습이 좋기만 한데 작가의 상상력에 따른 벌 나비와 꽃 한 송이의 어울림이 그냥 그대로 내 마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달항아리는 모습이 마치 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조선백자이다. 이 달항아리는 절대 완벽한 좌우대칭 모습은 아니다. 오른쪽은 곱게 빚어진 곡선이지만 왼쪽은 조금 튀어 나왔으며 이 영향으로 오른쪽 목 부분이 조금 높고 왼쪽 목 부분은 조금 쳐져 있다. 어쩌면 이런 불완전한 모습이 있어 더..

내맘의 글방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