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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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산위의 노을

연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까닭일까 요즈음 날마다의 노을빛이 유난히 붉다 호수의 노을빛과 집 창으로 바라본 산위의 노을빛은 20분 정도의 시간 흐름이 있을 뿐인데 빛의 농도 차이는 깊고도 깊다. 하루의 마지막은 인생의 마지막과 같은 것일까 저토록 피울음을 가슴에 새겨야만 끝나는 것이라면 울 엄니의 마음 빛이 하마 저런 빛일까 예사롭지 않은 붉은 노을빛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본다.

사진 2021.07.28

능소화 필때면 슬픔이 밀려온다.

29년 전 우리 아버지께서는 정년퇴임을 하시고 경기도 일산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아들들이 그곳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며 지내고 있기도 했지만 유난히 학구열이 강하셨던 아버지 스스로 퇴임 후 첫째 목표이신 대학원에 다니고 싶으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울시립대학원을 수료하시고 소일하시던 아버지께서 18년 전에 먼저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 아파트를 지키며 아들들 곁에서 지내셨다. 어느 해 어머니 생신 즈음에 일산의 어머니 댁을 방문하였다 마중 나온 어머니는 내가 차를 주차하자마자 나를 데리고 아파트 화단으로 가시는 것이다. 우리 라인으로 올라가는 화단 한 구석에 능소화가 줄기를 타고 오르고 있었는데 울 어머니는 그걸 가르치며 ‘이것 내가 심었다’ 하시는 것이다. 경비아저씨들이 심을 수 없다고 말리셨지만..

내맘의 글방 2021.07.13

디펜바키아

낯선 이름으로 우리 사무실에서 자라던 화분의 식물이 꽃을 피웠다. 그냥 단순히 관엽식물이겠지… 하며 물을 주며 키웠는데 느닷없는 꽃을 보노라니 신기하다. 우리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나 내가 키우는 식물들의 꽃을 보는 경우가 잦으니 식물들을 키우는 재미가 참 좋다. 꽃은 무엇일까 어쩌면 한 자리에서 한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식물들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내면에 꽃을 품고 그 꽃에 자신만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가 아닐까. 꽃의 색깔을 고심하고, 모양을 창출하고 비와 바람을 이겨내는 인내심을 키워내고 어느 때 살그머니 그 모습을 드러내는 행위는 분명 예술의 경지일 것이다. 요즈음 자꾸 무기력해지는 내 자신에 실망을 거듭하는 날들이다. 내 안의 꽃 피우기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 열정도 사그라졌고, 매일 똑..

단상(短想) 2021.07.05

매실청을 담그며...

매실청을 담았다. 해마다 5, 6월이 되면 양파, 마늘, 매실을 구입하여 장아찌, 저장, 청을 담그곤 하느라 나로서는 참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도 하나씩 해 둘 때마다 그냥 마음이 든든해진다. 올해도 지리산에서 재배하는 황매실을 5kg씩 두 자루를 구입하였다. 받아보니 알이 튼실하고 싱싱해서 좋았다 포장을 뜯는 순간 훅! 올라오는 단내가 어찌나 맛있게 느껴지는지 씻는 것도 아까웠다. 오후 5시 쯤 도착한 매실을 살살 씻으며 이물질을 제거하고 물기를 닦아 채반에 하룻밤을 재우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사이에 매실이 노랗게 익었다. 퇴근 시간까지 놓아두어서는 안 되겠기에 이른 아침 모든 일을 제치고 바로 설탕에 재웠다. 담근 날과, 100일 되는 날의 명찰을 달아 뒤 베란다 한쪽에 놓아두니 내 자리가 이곳..

단상(短想) 2021.06.27

얼마나 쓴맛이기에 고삼(苦蔘) 일까.

공부하느라 힘들었을까? 고삼(高三)들이 줄줄이 호숫가로 잠깐 바람 쏘이러 나왔나보다. 그들을 맞이하는 苦蔘은 자신들이 지닌 쓰디 쓴 맛의 약효로 高三 들을 응원하고 있다. 인삼, 사삼, 단삼, 현삼, 고삼을 오삼(五蔘)이라 하여 삼에 비견될 만큼 효능이 좋은 약초이니 분명히 큰 약효를 발휘하여 수험생들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도둑놈의지팡이라고도 불리는데 연유는 굵고 긴 뿌리 형태가 얼기설기 울퉁불퉁함은 물론 심하게 구불구불하여 도둑놈이나 지팡이로 쓰겠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고삼의 독한 약효를 이용하여 구충제로도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 지팡이로 코로나를 두들겨 물리칠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이 약초의 독한 기운을 받아 우리가 코로나를 이겨내 버릴까 요즈음 또 다시 확진자가 들쑥날쑥하니 별의별..

꽃과 나무 2021.06.23

마늘 갈무리

해마다 마늘 까기가 힘들어 올해는 좀 쉽게 해볼까 싶어 인터넷으로 마늘 박피기를 주문 결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택배파업으로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또다시 손으로 마늘을 까기 시작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수 한 바퀴를 돌고 와서 1시간에서 1시간 30분씩 일주일 동안 마늘을 깠다 그때까지도 박피기는 도착하지 않고~~ 일요일 낮에 2시간여에 걸쳐 마늘을 다져 지퍼 백 20개에 나누어 냉동실에 넣었다. 혹자는 이런 방식이 마늘향도 덜하고 마늘의 성분이 약해진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언제나 바삐 음식 준비를 해야 하는 까닭에 이렇게 해 놓아야 수월하다 걱정 없이 듬뿍듬뿍 양념으로 사용하며 이제 또 일 년을 날 수 있어 든든하다.

사진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