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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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숲 교향악단

지나친 생각에 지배되는 인간의 육체는 얼마나 나약한 것일까. 시간 가는지조차 헤아릴 수 없는 단조롭고 적막한 일과에 묻혀 점점 말을 잃어가는 내 모습이 안타까운지 토요일 아침 남편은 단풍 구경하고 오라고 한다. 혼자 다녀오라는 여운으로 나를 잠시 해방시켜 주는 듯싶은 배려가 느껴지면서 갑자기 내 마음이 화들짝 열린다. 고창 문수사에 다녀 오란다. 어쩜! 며칠 전 지역 신문의 지면에서 그곳을 소개하는 글을 읽었고 한 번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얼른 검색을 해보니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1시간 15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한다. 물론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길 안내의 시간이었기에 오늘 차들이 밀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간단히 물 한 병만 챙겨 나섰다. 고속도로는 의외로 한가 했고 씽씽 달리는 차들은 주위..

신시도 대각산

내 마음을 언제나 아련하게 잡아가는 가을 정취의 참 좋은 계절이 왔는데도 나는 나를 감싸고 있는 일들의 어려움에 지쳐만 간다. 지난 11월 6일 토요일 그동안 따로따로 어머니를 만났는데 조금 완화된 면회 규칙 덕분에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어머니 면회를 했다. 집에 오고픈 어머니는 콧줄을 하고서도, 부러진 뼈가 어긋나 있어 침대와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나 아무 데도 아픈데 없다고만 하신다. 그러면서도 우리한테는 차마 집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안 하시는데 간호사에 의하면 '나 집에 데려다 달라' 고 하신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움만 가득한데 업무가 또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시간을 빼앗아 간다. 일요일 모든 일을 팽개치고 나 홀로 신시도 대각산을 찾았다. 집에서 30분만 달리면 닿는 산 초입 ..

숨어 온 첫눈

치료 끝난 물빛다리가 단정하다 낯설었을까? 다리는 미끈거림으로 사람들의 발 무게에 저항한다 갑자기 아주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더니 느닷없이 바람결 따라 눈발이 흩날린다 어머나! 첫눈이네~~ 얼른 폰을 꺼내 셔터를 두 번 누르고나니 거짓말처럼 바람도 눈발도 사라진다 내가 첫눈이 왔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쟁이라고 하겠지? 첫눈은 세월의 무상함을 온 몸으로 알려주었다

사진 2021.11.11

비진도

예부터 10월을 상달이라고 했다. 절기상으로 해석하는 의미이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휴일이 많은 달이어서 그렇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를 했었다. 연이어 닥쳐오는 연휴, 그리고 대체휴일 무기력으로 다가오는 날들~ 어딘가 다녀오며 마음의 활력을 찾아보자고 나선 길 지난 일요일 이른 아침 6시 50분, 통영 비진도행 첫배를 탔다. 바다 백리길 6코스 중, 3코스에 해당하는 길일뿐더러 통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의 섬이라고 익히 알려진 곳이다 근 3개월 여 만에 나선 외출길, 마음 한 구석에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차오름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새우깡에 길들여진 바다 갈매기들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고, 채 먹기 위해 배 꽁무니를 따라 나선다 이른 아침 시간의 사람들은 새우깡을 던져주지 않아..

초가을, 억새곁에 서서

대체휴일~ 어쩌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그런 날일까 월말 일에 떠밀려 사무실에 나왔다가 오후 4시쯤 차를 몰고 나왔다. 저쪽 공항 근처 CC클럽 가는 길을 드라이브나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길은 한적하기도 하고 길가에는 산국도 감국도, 억새도 뚱딴지도 감나무도 제각각의 모습으로 파란 하늘 하나를 나누어 가지며 살아가고 있는 다정스런 길이다 혼자서 그 길을 찾아 가노라니 소슬한 가을 맛이 내 마음에 소슬소슬 젖어드는 것이다. 그냥 막연히 조금은 슬프다. 아,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외롭던, 그래서 더 좋았던 그 길의 한적함이 사라지고 있었다. 클럽에 기대어 부수적인 수입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곳곳에 건물을 짓고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 너른 억새밭이 사라졌고 길가의 산국들은 오가는 공사 차량에..

단상(短想) 202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