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산에 올랐다.
동안 숲속 친구들은 부지런히 제 몸을 키우며 지나고 있었다.
산등성을 가득 채운 밤꽃들이 자신들의 진한 향을
KF94의 내 마스크까지 뚫고 내 코로 들이민다.
그래 꽃이 많은 만큼 가을에 튼실한 열매를 많이 맺겠지?
그 때를 기다리는 내 마음에 그만 웃음이 나온다.
아, 밤꽃향에 마삭줄꽃 향이 밀렸을까
그 고운 향을 뿜어내는 꽃들은 어느새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이 고운 모습을 이제야 만나다니....
그런데 그 무성한 마삭줄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영향으로 우리 뒷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히 많아졌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자연적으로 생성된 오솔길을 많이 정비하면서
마삭줄이 타고 오른 나무가 베어 나간 것이다.
멀리서도 향으로 나를 불러 주곤 했던 마삭줄의 초라한 모습이
마치 몸을 사리며 지내는 내 모습만 같다.
주렁주렁 피어났던 때죽나무꽃이 지는가 싶은데
나뭇가지에 웬 꽃송이? 아니면 꽃의 열매?가
마치 바나나 같이 매달려 있다.
앗! 충영이다. 만지지 말아야지~~
때죽나무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벌레들이
제 집을 마치 꽃처럼 위장하여 만들어 놓고 성충이 되기까지 살아가는 것이다.
멋쟁이 꽃이다.
어쩜 이렇게 제 몸을 유연하게 틀어 올리며 살아가고 있을까
나도 요가라도 열심히 하면
이렇게 유연한 몸이 될까.
싸리꽃 종류만도 22종이라고 하던가..
봄에는 땅비싸리가 피고
여름이면 조록싸리 핀다더니
울 뒷산은 틀림없는 여름이 온 것이다.
조록싸리가 피었으니 말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몸을 사리느라
깊이 감추고 있었던 눈길을 이제서야 멀리 던져 보았다.
지난 밤의 비에
산의 사물들은 제 몸을 정갈하게 씻고 있었다.
아 이렇게 좋은 것을...
순한 자연 속에서는 인성도 순해진다는 말이 절절히 느껴진다.
며칠 후면 절기상 하지가 되고
하지가 지나면 낮시간이 1분씩 짧아 진다는 사실에
늘 마음이 바빠지곤 했는데
올해는 그 절기의 흐름조차 둔하게 감지하고 있다.
계절이 주는 선물을 늦게 만난 허허로운 마음이지만
이렇게 다시 6월 숲에서 청정함을 느끼며
올 여름을 무사히 지나고 싶다는 소망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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