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언제나 아련하게 잡아가는 가을 정취의
참 좋은 계절이 왔는데도
나는 나를 감싸고 있는 일들의 어려움에 지쳐만 간다.
지난 11월 6일 토요일
그동안 따로따로 어머니를 만났는데 조금 완화된 면회 규칙 덕분에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어머니 면회를 했다.
집에 오고픈 어머니는 콧줄을 하고서도,
부러진 뼈가 어긋나 있어 침대와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나 아무 데도 아픈데 없다고만 하신다.
그러면서도 우리한테는 차마 집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안 하시는데
간호사에 의하면
'나 집에 데려다 달라' 고 하신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움만 가득한데
업무가 또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시간을 빼앗아 간다.
일요일 모든 일을 팽개치고
나 홀로 신시도 대각산을 찾았다.
집에서 30분만 달리면 닿는 산 초입 주차장인데도 쉽게 찾아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풋가을일까
산의 나무도 길가의 초목들도 물을 들일까 말까 하고 있다
그래도 좋다.
대각산은
신라시대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의 설화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월영봉은 그곳에서 최치원이 책을 읽으면 중국에까지 들렸다는 곳이고
대각산은 최치원이 그곳에 올라 크게 깨달았다는 곳이다.
또한 옥구향교의 자천대 역시
최치원이 올라서 놀았다는 곳으로
고군산군도는 최치원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전설의 장소이기도 하니
좋은 자연 속에 절로 생겨나는 설화일 수도 있겠지만
마냥 터무니 없는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니
그 발자취를 따라 걸어볼 것이다.
최근 신시도에는 국립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니
진정 천혜의 장소인데도
나는 늘 게으름을 피우며 만나지 못하고 있으면서
어찌 내 주변의 어려움만 탓할 수 있겠는가
참 좋았던 풋가을의 하루가 선물처럼 안겨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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