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들어가는 오동잎
새벽의 가을 산은 스산하다.
유독 바람이 심상치 않은 시간
행여 지닌 잎들이 떨어질까
밤새 뒤척였을 나무들이 애처롭다
희붐한 오솔길에
커다란 오동잎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똑같이 떨어지는 잎인데도
유난히 큰 몸집의 오동잎은 마치 낙엽들의 선두에 서 있는 것 같다.
혼신을 다해 나무를 붙들고 있는
작은 잎들은
커다란 오동잎이 떨어짐을 바라보며
그냥 스르르 힘을 놓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여름 내내 태풍에도
억수같이 쏟아지는 소나기에도 견뎌내던
그 힘은 어디로 갔을까
가을의 힘이 이렇게도 위대함인가.
무심코 지나는 시간 속에
오동잎 한 잎 지면 가을을 안다는데
오동잎은 제 한 몸 땅에 뒹굴면서
온 사람에게 온 가지의 생각을 안겨주는구나
그 모두는 一葉知秋 라~~
내 마음마저 하나의 나뭇잎 되어
위대한 가을의 힘에 버텨보려 안간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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