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아침, 출근을 위해 화장대 앞에 앉아 감은 머리 손질을 마무리할 즈음
갑자기 드르릉하는, 어느 먼 곳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아니!! 갑자기 아파트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직감적으로 지진? 인 것 같아 얼른 드라이기 스위치를 끄고
놀란 가슴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던 시간이 한 5초쯤 지났을까?
긴급재난문자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역시나 가까운 부안 내륙에서 지진이 있었단다.
아파트 내 방송도 재빨리 주의사항을 방송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난 후,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작은 아들이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일이 며칠 남지 않았기에
새 아파트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요즈음 아들 이사에 이것저것 챙겨주고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마도 신혼집이 될 것 같으니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어제 토요일,
손질해 둔 마늘을 갈아 넣으려고 자리를 펴고 앉았다.
남편은 서울 다녀올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나갔기에 느긋하게 TV 시청을 하며 하였는데
마지막 마늘을 갈고 스위치를 끄고 마늘을 지퍼백에 옮기려는 찰나
마늘 믹서기 아래 부분에서 연기가 나면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나는 게 아닌가!
마침 마지막으로 돌리고 난 후라 스위치를 꺼서 망정이지 큰 일 날뻔했다.
필립스 제품인데 10여 년 동안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는데 AS가 될지 모르겠다.
완두콩 한 자루를 구매했다.
우리 모두 콩을 좋아해 일 년 내내 먹고 있는데 이맘때쯤의 완두콩은 정말 맛있다
꼬투리째 삶아 먹기도 하지만 콩을 까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사용하기에
지나가는 말로 이걸 언제 다 까지? 했는데
새벽같이 일어난 남편이 모두 까 놓았다. 깜짝 놀랐다
이런 일이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듬뿍 넣고 밥을 하니 콩 씹히는 맛이 쌀맛을 능가한다.
어제 토요일은 종일 날씨가 더웠다.
한여름은 어떤 더위가 닥칠지,
아니면 오히려 지레 겁먹은 날씨가 제풀에 풀릴지…
오늘 내가 할 일들을 마치고 호수 한 바퀴 돌았다,
산으로 가고 싶은데 더워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예전에는 아무리 더워도, 추워도 꼭 오르곤 했는데
이제는 자꾸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 이 또한 늙어가는 나의 모습일 것이다.
평소보다 조금 밝은 시간의 호수변을 따라 걷노라니 이 꽃 저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계절 따라 어김없이 피고 지는 꽃들을 바라보노라니
꽃은 우리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려고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씨앗을 맺으면 가차 없이 떨어져 버리는 꽃!
그 꽃 마음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도
지침 없이 피어있는 꽃들과 그들을 바라보며 걷는 나 사이에는
햇살이 있고 바람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여 그들을 바라볼 때는 은근슬쩍 바라보아야 할 것인데도
나는 무작정 가까이 가서 폰을 디밀곤 한다.
꽃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하지만
사람이 있어야 풍경이 된다는, 나도 풍경이 될 수 있다는
참 아이러니한 생각에 잠기며 걷노라니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래도 기분 좋은 일이다.
남은 6월,
무슨 일들이 나의 마음에 혼돈을 안겨줄지 알 수 없지만
그 모든 것을 지극한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다짐해 본다.
소리쟁이는 바람이 불 때,
씨가 부딪히면서 소리를 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와 비슷한 ‘수영, 과 비슷하여 구분이 어려운데 사는 곳으로 구분한다.
소리쟁이는 물이 있는 냇가에서 자라고
수영은 주로 산에서 사는 것으로 구분한다.
한편 소리쟁이는 줄기를 뜯으면 미끈미끈하고 신맛이 없는데
수영은 미끈거리지 않고 신맛이 많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 생신을 추억하며 (0) | 2024.07.05 |
---|---|
개망초 있는 풍경 (45) | 2024.06.20 |
마음 한 구석 찜찜했던 일들을... (31) | 2024.06.08 |
봄을 보내며 (25) | 2024.05.25 |
모과나무를 바라보며... (28) | 2024.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