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비가 많이도 내렸다
아침 일찍 습관처럼 눈을 뜨고
베란다에 나서서 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보니 비는 내리지 않았다
공기는 더 없이 맑고 산의 나무들은 목욕을 한 듯 깨끗하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얼른 차림을 하고 뒷산을 올랐다.
아! 얼마나 좋은지…
산의 나무들은 비를 가득 머금고 있으면서도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낯빛이 환하기만 하다.
우리 뒷산은 마사토 길이어서 비가와도
흙 하나 튀기지 않는 정갈함으로 내 발길을 받아주니
내 몸은 절로 가벼워지며 통통 튀는 듯싶다.
길섶의 풀잎에 맺힌 물방울들이 정말 예쁘기만하니
이 예쁜 길을 진정 나 혼자 걷기에는 너무 아깝다.
정갈한 길을 걸으며 나무 아래를 걷는데
갑자기 두두둑하며 빗소리가 들린다.
어쩌지? 우산을 안 가져 왔는데... 잠깐 망설였지만
겨우 한 시간 걷는 길인데 비 좀 맞으면 어쩌랴 싶어 내처 걷는데
어째 이상하다 비가 아닌가? 하며 잠깐 서서 바라보니
어쩜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아니라
간밤에 내린 빗물이 고인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제 몸에 고인 물방울들을 아래 나뭇잎으로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에 내리는 비?
나무 아래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비를 나는 선물처럼 받았구나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의 경쾌함이
마치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듯싶으니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이 귓가를 스친다.
그래 이 좋은 기운을 만나면
작곡가들은 아름다운 선율을 지을 것이고
화가들은 가벼운 붓 끝으로 살짝살짝 멋진 모습을 그려낼 것이고
작가들은 느낀 마음을 글로 풀어 낼 것이니~~
그 중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몸은 어쩔거나~
맥없이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코를 훌쩍이고 말았다.
비 내린 날의 바람이 서늘했기 때문이다.
산딸기가 익어가는 6월의 마지막 날에
열매가 빛을 저장 하는 달인
7월을 멋지게 맞이할 것 같은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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