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명태껍질은...

물소리~~^ 2020. 6. 16. 10:11

 

▲ 산등성 가득 밤꽃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구정에 구정 선물로 반 건조 생선을 다수 구입하게 되었다.

많은 양을 구입해서인지 주인이 덤으로

말린 명태 껍질이 담긴 큼지막한 비닐 한 봉을 주셨다.

명태 껍질에 영양분이 많다고 하여 몇 번 구입해서 먹어보았지만

손질하기는 벅찬데 영양 효과는 보이지 않으니 그냥 시들해져서 잊어버리고 지냈는데

덤으로 받은 껍질을 다시 손질하여 조금씩 먹고 이젠 한 번 손질할 만큼만 남은 것이다.

 

▲ 손질하기 전 명태껍질

일요일 오후에 마지막을 손질하였다.

껍질에 붙어있는 비늘과 잔뼈를 제거하고

손질한 껍질 한줌씩만 소금물에 주물주물 헹군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

후라이팬에 기름 한 술 정도만 넣고 볶아내면

아사삭 아사삭 ~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그런데 넘 많이 먹으면 오히려 영양분이 모두 배출된다고,

아주 조금씩만 먹으라고 하니 아껴가며 먹다가 마지막 남은 것을 손질 한 것이다.

 

▲ 손질 후 껍질(왼쪽), 육수용 잘라낸 부분(오른쪽)

  손질하여 분리한 비늘 부분은 육수 낼 때 사용하면 육수 맛이 아주 좋다.

  명태는 이렇듯 껍질까지도 버릴 것 없이 모두 우리를 이롭게 해주는 생선인 것이다.

 

  앉아서 껍질을 다듬다 보니

  자꾸만 명태라는 가곡이 흥얼거려진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무슨 이런 노래가 가곡? 하면서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자꾸 듣다보니 노랫말의 해학과

  바리톤 오현명님의 목소리가 너무 잘 어울리면서

  명태의 일생을 노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면서 자주 듣게 되었던 것이다.

 

 

◀ 나의 오래된 가곡집

 

명태 ♬ (가사)

 

검푸른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구경이나 한 후

에지프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

  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음 허허허허 쯔쯔쯔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양명문 작시

                                 변   훈 작곡

 

 

 

 

 

  명태는 깊은 바다 속을 유영하며

  얻은 영양분을 제 몸 곳곳에 골고루 저장하였나 보다

  한 곳에만 저장하였다면

  무게중심을 잡기 어려워 바다 속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했을까

 

  그물에 걸려 제 몸이 짝짝 찢어지며

  시인의 술안주가 되어도 명태가 역경을 이겨내며 살았던

  삶의 방식만큼은 먹히지 않고 남아 있을 것이다.

 

  이른 아침 오솔길을 발맘발맘 걸으며 명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가사를 또박또박 외우며 걷는데 밤꽃냄새가 훅 끼쳐온다

  산등성 가득 채운 밤꽃이 맺은 열매도

  반쯤은 인간에게 먹혀도

  먹히지 않은 씨앗들이 있어 저렇게 살아남아 있는 거겠지...

 

  삶의 본질은 그 누구의 것도 폄하할 수 없는 것이라며

  6월 숲속의 생명체들이 일러주고 있다.

 

▲ 까치수염도 내 웅얼거림에 맞추어 유연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