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일상의 소중함

물소리~~^ 2024. 3. 3. 16:10

 

▲ 끝까지 제 소임을 다하는 행운목

 

 

춘설이 난분분하던 삼일절이 지났다.

마치 그동안 과중한 업무에서 나를 해방이라도 시키 듯

춘설은 그렇게 내 눈앞에서

독립 만세를 외치던 그 마음처럼 바람을 타고 게양된 태극기를 휘날렸다.

내 마음도 덩달아 휘날렸다.

기분이 좋았다. 홀가분한 마음이다.

이제 여느 때처럼 일상을 이어가면 될 것이라는 편안함이 다가온다.

 

동안 진한 향기로 온 집안을 향기롭게 해 주던 행운목은

제 할 일을 다하고 시들어 갔다.

다 시들어 가는 동료들 틈새에서 뒤늦게 꽃 피우던 늦둥이 꽃 몇 송이들은

기죽지 않고 제 몫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몸짓으로 향기를 뿜어내며

나를 향해 자신들처럼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해 주었다.

진정 그 응원에 힘입어 나도 최선을 다했다.

 

 

▲ 안방 베란다에서 방안을 기웃거리는 군자란

 

 

안방 창가 베란다에서 자라던 군자란은 빼꼼히 안방을 기웃거리며

이제 저도 사진 찍어 주세요!! 한다.

동안 겨우 내내 볼품없는 꽃을 피우더니

이제 제법 꽃줄기를 튼실하게 올리며 꽃을 피우고 있다.

바빴던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어제 토요일, 모처럼 고군산 섬을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새롭게 다리로 연결된 세 섬,

방축도-명도-말도를 다리 따라 걷고 돌아오는 여정이다.

한 여행작가는 이곳을 꼭 찾아가 봐야 하는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날씨가 조금 불안하여 배 운행 여부를 문의하니

오늘은 오전에 한 번만 운행한다고 알려 준다.

그러면?? 섬에 들어갈 수는 있어도 오늘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어제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눈발이 날리며 춥더니 그 영향인가 보다

준비를 다 하고 출발하기 전 문의 하기를 잘했다며

남편은 포기하고 아들과 건국전쟁 영화를 본다고 한다. 

나는 바람 매서운 날씨였지만 모처럼 내 몸에 활기를 부여해 주고 싶었다.

 

 

3월 초가 되면 내가 늘 찾아가는 대각산을 올라 봄을 만나고 싶었다.

너무 차가운 날씨여서 조금은 이른 감이 있지만

망설임 없이 마음 가볍게 출발했다.

대전 세종에서 왔다는 산악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주차장에서 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 뒤를 멀찌감치 떨어져 오를 것이다.

꽃을 찾느라 굼뜬 내 행동이 그들을 앞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릴 것 없는 산등성을 여지없이 몰아치는 바닷바람이 매서웠지만

모처럼 山 맛을 느끼는 내 몸이 가볍다.

세탁하려고 제쳐둔 두터운 패딩 잠바를 다시 입고 나오길 잘했다.

 

등산로는 날카로운 주상절리 바위가 많은 어려운 길이었는데

위험방지를 위한 밧줄도 새롭게 정비해 놓았다

산악회 사람들은 꽃을 아랑곳하지 않고 쓱쓱 올라간다.

이곳에서 내려가서 다른 곳을 또 들려가는 일정인 듯싶었다.

 

▲ 노간주나무 : 열매는 두송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여러 약재로 사용한다

 

▲ 저 전망대가 정상: 험한 바위 등산로로 이어진다.

 

 

 

▲ 바위에서 살아가는 생명력

 

▲ 에고~~ 귀여운 산자고!!

 

찬 기운 속 맑은 하늘이 진정 명징하다.

뻥 뚫린 바다 풍경에 내 마음도 뻥 뚫린다.

나는 천천히 산자고를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조금 일렀다.

아직 꽃송이를 보이고 있을 뿐 활짝 핀 모습이 아니었지만

꽃샘추위쯤 익숙하다는 듯 막 피어나려는 봉오리 자태가 가녀리면서도 늠름하다.

나는 이 꽃을 볼 때마다

꽃잎 바깥쪽의 진한 자주색 줄무늬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 자꾸만 멋스럽게 보이는 바위

 

 

 

 

▲ 전망대에 오르면 선유도 일대와 고군산을 이루는 섬들이 보인다.

 

▲ 굴피나무 열매

 

 

▲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그리고 망주봉, 해수욕장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신시도 자연국립휴양림 : 저 먼 뒤 섬들이 원래 가보자고 했던 섬들이다.

 

 

 

▲ 날씬한 노간주나무를 만나면 산의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사스레피나무

주로 해안가에서 자라는 사스레피나무는

이른 봄날 꽃을 피우는데 꽃향은 조금 고약하다..

아주 작은 꽃이지만 꽃잎을 다섯 장이나 가지고 있으면서

나무 가지를 들추어야  볼 수 있는 수백 개의 꽃이 다글다글 달려 있다. 

 

▲ 서럽도록 고운 진달래도 야무진 모습으로 준비하고 있다.

 

 

자연 속 사물들은 같은 계절에 똑같은 모습으로 만나지만

늘 여태까지 만날 수 없었던

무언가의 새로운 모습인 듯싶은 마음을 안겨주니 반갑기 그지없다.

친근한 듯싶으면서 새롭고

새로우면서도 친근함에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우리의 일상이 숨어 있기 때문 아닐까.

 

나의 일상 속, 마음 한 겨를에는 늘 사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며

사물들이 들려주는 들리지 않는 말에서 참으로 소중함을 느껴 보았다.

한나절이었지만 모처럼 만난 꿀 같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