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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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

춘설이 난분분하던 삼일절이 지났다. 마치 그동안 과중한 업무에서 나를 해방이라도 시키 듯 춘설은 그렇게 내 눈앞에서 독립 만세를 외치던 그 마음처럼 바람을 타고 게양된 태극기를 휘날렸다. 내 마음도 덩달아 휘날렸다. 기분이 좋았다. 홀가분한 마음이다. 이제 여느 때처럼 일상을 이어가면 될 것이라는 편안함이 다가온다. 동안 진한 향기로 온 집안을 향기롭게 해 주던 행운목은 제 할 일을 다하고 시들어 갔다. 다 시들어 가는 동료들 틈새에서 뒤늦게 꽃 피우던 늦둥이 꽃 몇 송이들은 기죽지 않고 제 몫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몸짓으로 향기를 뿜어내며 나를 향해 자신들처럼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해 주었다. 진정 그 응원에 힘입어 나도 최선을 다했다. 안방 창가 베란다에서 자라던 군자란은 빼꼼히 안방을 기웃거리며 이제..

단상(短想) 2024.03.03

향기에 젖어 지낸 설 연휴

설날, 행운목의 향기가 집안 가득 고이니 코가 어지럽다. 형체 없는 이 향기로움을 무엇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글에도, 시에도, 그림에도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식구들에 호들갑 떠는 일~~ 이 향기 좀 맡아봐요 남편 : 응, 정말 그러네~~ 집안에서 향기가 나지 않니? 아들 1 : 그러게~ 무슨 향기야? 아들 2 : 엄마는 우리보다 꽃이 좋은가 봐 아~ 너희들이 온 날부터 향기를 뿜어 주니 신기해서~ 꽃은 나보다도 너희들이 더 반가운 가 봐!! 온 식구에게 웃음이라는 행운을 안겨주었으니 진정 행운목이구나 만개가 아닌 반개한 꽃 향이 더 짙다고 했는데 행운목은 낮에는 꽃잎을 다물고 향을 되새김해 보라는 몸짓으로 늦은 오후부터 꽃잎을 열어 향기를 뿜어주니 더욱 향기롭다 ..

꽃과 나무 2024.02.12

입춘 날 소꿉놀이

오늘 입춘, 24 절기 중 제일 먼저 찾아온 절기다 절기 때마다 드는 마음은 아. 벌써!! 하는 놀라움이다.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고 새삼 눈 흘기는 마음이지만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픈 마음이기도 하다. 입춘첩 하나 쓰고 싶기도 하지만 정갈한 붓글씨는 어림없으니 기껏해야 사인펜으로 한 번씩 써보기도 하였다 입춘을 기다리던 옛사람들은 동짓날이 되면 긴 겨울날의 지루함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렸다고 한다. 즉 동짓날부터 81일이 지나면 매화가 피어 봄이 오기에 봄을 기다리며 9개의 꽃잎이 달린 9송이의 흰 매화를 창호지에 그려 벽이나 창에 붙여놓고서 매일 한 잎씩 붉은 칠을 하였다고 한다. 하여 9*9=81, ‘구구소한도’라는 이름이다. 동짓날부터 봄을 기다리며 하루에..

사진 2024.02.05

꽃에 실려 온 옛 생각에 젖었다.

새해 들어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요즈음, 나는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들에 파묻혀 지내는 듯싶다. 연말정산이 그러하고 지난해 결산을 요구하는 관공서에 제출하는 업무들이 있어서다. 그러느라 매서운 추위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개미 쳇바퀴 돌리는 일상에서 늘 똑같은 동선을 반복하다 보면 나 자신이 어떤 매뉴얼 따라 움직이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업무든 살림이든 내 몸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한 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살아가다 문득문득 이 틀 안에서 나를 꺼내어 주며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뜻밖의 존재들이다. 며칠 전 아침이 그러했다. 아침 바쁜 시간을 쪼개어 청소기를 밀며 이 방, 저 방, 거실, 주방, 욕실을 오가는데 거실 한쪽에서 자라고 있는 행운..

내맘의 글방 2024.01.26

겨울 산길의 겨우살이

한겨울의 맑은 날씨를 나는 곧잘 ‘명징하다’는 표현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깨끗하고 맑다는 뜻이지만 나는 이에 날카로운 추위라는 표현을 섞어 '에이듯 춥지만 깨끗하고 맑은' 뜻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명징한 날, 일요일에 조금 멀리 한겨울의 숲을 만나러 갔다. 맑은 날이지만 스치는 바람결은 나를 움츠리게 하니 한겨울 기세가 등등하다. 파란 하늘 아래의 명징한 겨울 산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출입 통제했는지 적막함이 가득하다. 내가 걷고자 하는 산길옆의 조그만 계곡에는 적막감에 활기를 불어넣듯, 아니 마치 봄을 품은 듯싶게 맑은 물이 얇게 흐르고 있다. 봄이라니~~~ 순간 빠른 세월의 무상함에 뜻 없이 편승하고 있는 내 자신에 마음이 잠깐 어두워진다. 나는 길가의 푸른 싹이 보이기라도 ..

단상(短想) 2024.01.15

겨울 연지(蓮池)를 바라보며 추억속으로 풍덩!

동지가 지나서인지 늘 오후 7시 무렵의 산책시간이 어스레한 겨울 이내에 제법 눈이 밝아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사물의 뚜렷한 모습을 분간하기 어렵다 蓮池 옆을 지날 때쯤 호수 위에서 무언가가 푸드덕 거린다. 아, 오리들이구나.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어둠 짬에서 그냥 짐작할 뿐이니 내일 아침 조금 일찍 서둘러 저들을 만나고 싶다. 내가 늘 지나치는 길목의 순서에 따라 대학교 인근의 한 마을 연지를 먼저 만났다. 이곳은 오롯한 백련지다. 아침 햇살이 막 번지기 시작한 연지를 바라보노라니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어설픈 내 마음을 헤치며 내 안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이 차오른다. 겨울 연지는 진정 멋쟁이다. 겨울을 나고 있는 연대들의 갖가지 모습에 절로 눈길이 가는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

단상(短想) 2024.01.06

아니 만날 수 없는 보석 같은 새해(年)의 새날(日)!!

23년 마지막 날, 흐린 날씨로 해넘이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똑같이 잠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tv에서 난리입니다. 새해가 떠오른다고… 산에서 강에서 모두 새해를 맞이하며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는데 저는 조금은 허전했지만 그저 무덤덤한 마음으로 자고 일어나니 어제의 모든 것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데, 그러니 세월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데 새해라고 나이 한 살을 더 얹어주고 있네요 새해! 하늘에 있는 둥근 해(日)를 말함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일 년이 시작된다는 해(年)를 말함일까요? 집에서 새해를 만나보려고 이른 아침 베란다를 들락날락하는 사이에 희뿌옇게 퍼진 안개가 걷히면서 붉은 기운이 번지더니 어느 순간 호수..

단상(短想) 2024.01.01

목소리를 듣고....

동짓날이 지나면서 낮의 시간 길이와 밤의 시간 길이가 서로 자리를 바꾸느라 뒤척이는지 하늘에서는 눈이 며칠 계속 내리고 있다. 우리 조상님들은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동지 다음날부터 새해라고 믿었다고 한다. 이런 절기상 의미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약해지고 있으니 낮과 밤도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느라 잠시 혼란스러운지 눈을 자꾸 흩뿌리고 있다. 우리 지역에 눈이 아주 많이 내린 날, 저녁 9시 뉴스 시간대에 지명과 함께 소개되었나 보았다. 나는 tv를 그리 자주 시청하지 않기에 못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두 번인가 받고 또 전화가 오는데 발신자가 ‘고모’라고 뜬다. 난 당연히 아이들 고모(우리 시누이)인 줄 알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대뜸 ‘애, ** 야’ 하며 말을 시작하는데..

단상(短想) 202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