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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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뒷모습으로

이른 아침 베란다에 서서 앞산을 바라보니 앞산의 나무들도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곱게 물들고 있었다.동쪽에서 뜨는 햇빛에 부분적으로 더욱 밝은 단풍이다.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틈새에 자꾸 쳐다보는 앞산 가을,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가을 햇살은 속속들이 지상으로 파고들고 있다.햇살이 고우니 바람결도 고울 거라고 나를 불러내는 가을빛이다.할 일 마치고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갖자고 작정하며 슬그머니 밖으로 나온다. 들녘의 풍경은 점점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사르르 달려드는 기분 좋은 바람결에 일어나는 알 수 없는 가슴의 아릿함은내 마음속 깊이 자리한 감성까지 곱게 물들이며 무언가 모를 힘으로 나를 이끈다. 가을 색이 짙어간다고 함은어쩌면 모든 것들의 차림새가 조금은 초라..

단상(短想) 2024.11.16

왕들이 찾아 왔던 복천암

세심정에서 조금 더 가파르게 오르다 만나는 오른쪽의 길 끝에 있는 복천암은 법주사의 산 내 암자다.조선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두 고승과 함께 3일 기도를 올린 후세조길의 목욕소에서 몸을 씻고 피부병이 나았다 해서 더욱 유명하다.  살금살금 걸어 복천암으로 들어서서 막 지나치는 스님을 만났다.으레 합장하면서 인사를 하는 법이거늘, 나도 모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말았다아차 싶은데 스님은 어서 오세요~~ 한다. 근엄할 줄 알았는데~~ 혼자 안도한다.  역사가 깊은 암자이기에 고색창연함을 기대했는데 완전 현대식 건물이다. 이 자리에서 복천암이라는 이름으로 지내 온 세월은 1,300년이 넘었지만 그간 여러 번 중건되온 까닭이리라  이 깊은 산 속 암자에 왕들의 출입이 잦았던 곳이라니~~그 시절 이..

늦가을의 정취

세속을 벗어난 곳의 늦가을의 정취는 유난히 쓸쓸함을 안겨준다. 고운 빛으로 치장하던 나뭇잎들이 바람의 힘을 빌려 혼신을 다해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다. 나뭇잎들이 곱게 물들어 가는 이유는 내년을 기약하는 나무에서 더는 영양분을 빼앗지 않으려고 스스로 차단하는 까닭이라 한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나뭇가지에서 곤두박질하며 떨어지는 나뭇잎들의 고운 빛을 바라보노라면 숙연함이 전해온다.   주말이 아닌 평일 이어서일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약간 흐린 하늘 아래 수원지에 모여 있는 물이 바람 따라 찰랑찰랑 움직이며 작은 소란을 피우고 있다. 그 물결 따라 물 위에 떨어진 낙엽들이 밀리고 밀려 물가에 켜켜이 쌓여 있다. 문득 그 낙엽 물결을 찰랑이는 물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바람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

단상(短想) 2024.11.14

육두구의 저주

지난 9월 말레이시아 여행 시말레이시아 국적기인 바틱에어 항공기를 이용했다.저가 항공으로 기내서비스로 재공 되는 식사는 물론 물을 비롯한 모두는 유료라 하였다 아침 6시 50분 출발 비행기인 만큼 기내 조식이 나올법한데,아니 나오긴 하지만 좌석 배정 체크인 할 때 기내식을 선택하여 미리 요금을 결제하던지승무원이 기내 배식할 때 주문하여 요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를 인솔하는 여행사에서는이미 완불한 여행 경비에서 1인당 3만 원씩 나누어 주는 것이다.갈 때와 돌아올 때의 기내식 비용이라 했다.의아해하는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는데기내식은 맛도 없고 특이한 향 때문에 대부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하니 우리끼리 알아서 먹으라는 의미였다. 막상 말레이시아에서는 가이드의 안내로특별한 향 때문..

감상문 2024.11.13

종이컵의 숨은 매력

아들이 무언가를 보내왔다.상자를 열어보니 베트남 커피와 종이컵 두 줄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게 아닌가!!아들한테 웬 거냐고 물으니친구 아버지께서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커피를 선물로 사 오셨기에아들한테 하나 보내주면서 종이컵까지 챙겨 보내온 것이란다.  베트남 커피는 여러 번 음용해 보았다..여행은 다녀오지 않았지만 다녀온 친구나 지인들께 여러 번 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향도 맛도 괜찮다는 생각에서 이번처럼 기회가 되면 마시곤 했다 그런데 이 선물을 받고 커피보다는 종이컵에 더 눈과 마음이 쏠리는 것이다.아들 친구의 자상한 마음도 보이면서 웃음이 나온다. 일회용 컵이 여러 면에서 유해하다고 해서사용을 자제하기는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아주 유용한 용기다. 우선 사무실에서 커피 마실 때 많이 사용..

단상(短想) 2024.11.12

가을, 허허로운 길을 달렸다

벌써 한 달 전일까??10월 12일, 고추장 담기를 오전에 마치고남편에게 지금 김제 지평선 축제는 끝났지만 그곳에 가는 길의 가을 정취는 좋을 것 같으니 다녀오자 청했다.부지런히 고추장 담는 모습을 지켜본 남편이기에 얼른 그러자고 한다. 내가 그곳에 가자 한 속내는조정래 님의 대하 장편소설 아리랑의 배경으로 나오는'징게맹갱외에밋들'의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다가 자그마한 사찰 망해사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징게맹갱외에밋들'이란 말은 '김제 만경 너른 들'을' 일컫는 말로 소설에서는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녘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라고표현되었다. 얼마나 넓은지 그 지역 어느 곳..

맛있는 단호박 이야기

일요일 아침,단호박이라고 알려준 기다란 호박을 깨끗하게 씻은 후 잘라보았다.의외로 칼이 쉽게 들어간다.  여태까지의 내 상식으로단호박은 둥글고 껍질이 엄청 질겨서 자르려면전자레인지에 5분 정도 돌린 후 자르면 쉽게 자를 수 있다고 믿었던 터~~ 이 호박은 모양도 그렇고 표면도 매끈하지 않더니 칼도 쉽게 들어간다.조금 많게 자른 것 같아직화 압력솥에 찜기를 넣고 찌기 시작해 놓고 베란다 화분들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어느 정도 지나니 압력솥 추가 다 올라왔기에 불을 끄고김이 빠진 후 열어 보니 호박이 제 지닌 고운 빛을 여지없이 내보이며 맛나게 익었다  한 김 식인 후반절은 껍질 채, 반절은 껍질을 벗겨 믹서기에 갈았다약간의 식감 차이는 있었지만 두 경우 모두 맛이 좋았다.  조금씩 덜어 그에 견과류 갈아 놓..

단상(短想) 2024.11.10

보자기 단상

오래전, 한 화가 선생님의 전시회에 갔었다. 가끔 접했던 선생님의 그림은 크고 화려하기보다는 무언가 사색적이고 깊은 의미를 주는 작품들이라고 평소에 느끼곤 했기에 친구의 청을 받고 함께 갔다.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던 중 내 눈길을 거두어간 작품이 있었다. 무언가를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싸 놓은 그림이었다. 알 수 없는 정감이 스쳐 지나며 정겨움을 불러일으켰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나에게 화가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 주신다. 30 년쯤 된 삼베에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색실로 바느질하셨단다. 침묵을 싸서 보내는 상상을 형상화한 것이다. 나는 그 보자기 그림에 무한한 신비로움을 느꼈고 그림을 구매하였다. 지금도 안방에 걸려있는 그림이다. 평소에도 보자기는 넉넉함으로 내용물의 모습을 다스리는 겸손함이라 생각..

내맘의 글방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