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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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서곡을 연주해준 9월이 떠나며

깊어가는 가을, 10월에게 바통을 넘기는 날의 가을 날 인디언의 한 부족은 9월을 ‘어린 밤을 줍는 달’ 이라고 했고 10월을 ‘잎이 떨어지는 달’ 이라고 하였다. 우리 뒷산의 요즈음은 밤 줍는 발길이 무수하다 하여 오솔길에는 빈 밤송이들이 무성하니~~걷기에 조심스럽다. 이제 10월을 맞이하는 나뭇잎들도 짙은 색으로 물들며 떨어지기 전에 혼신의 힘을 다 할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없을 것이니 계절과 사물들의 모습이 일치한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는 순조롭게 잘 돌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마냥 쓸쓸해지는 마음은 계절의 순환에 맞물리는 마음일 것이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니까. 지난 일요일 우리 동네 뒷산에서 가을을 주웠다.

사진 2022.09.30

무겁지만 가벼움으로 매달린 호박

나 어렸을 적, 할머니 집의 어느 날 저녁 풍경이 생각납니다. 방 한가운데에 켜 놓은 호롱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은 동네의 할머니들은 모두 똑 같이 한쪽 무릎을 세우고 삼을 삼고 계셨습니다. 긴 삼 가닥 한쪽 끝을 입에 물고 손으로 쭉 벗겨 낸 다음,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세워진 무릎에 놓고 손바닥으로 누르듯 밀면 그 삼 가닥들은 하나로 길게 연결되어 지면서 둥그런 바구니에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앉혀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여 해보고 싶어 간혹 울 할머니 옆자리에 끼어 앉아 따라 해 보기도 했지만 내 손에서 나오는 삼 가닥들은 그냥 스르르 풀려 버리면서 할머니의 손길을 기다리곤 하였지요. 오늘 만난 타래난초의 꼬여진 모습에서 삼 가닥들이 꼬이면서 이어지는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삼 가..

단상(短想) 2022.09.27

꽃보다 잎이 예쁜 크로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베란다부터 나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온 식물들과 눈인사를 하면서 창문을 열고 인접한 산 풍경의 상쾌함을 맛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며칠 전 그렇게 베란다에 서서 정수리에 남아있는 잠을 떼어내고 돌아 들어오는데 무언가가 눈에 띈다.. 아, 크로틴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얼른 남편에게 크로톤이 꽃을 피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는 다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꽃보다는 공기정화에 탁월하다는 관엽식물이 주를 이루는데 뜻밖에도 우리 집 관엽식물들은 자주 볼 수 없다는 꽃을 피우며 우리를 놀라게 하니 신기할 뿐이다. 크로톤 역시 꽃보다 잎이 더 예쁘다며 키웠기에 꽃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꽃과 나무 2022.09.25

가을..... 풋풋한 억새

이름도 이상했던 태풍이 몰고 온 후텁지근했던 날씨가 물러나니 속절없이 찾아온 산책길의 서늘한 기운이 옷소매를 길게 내려주며 가을이라고 속삭인다. 나는 조금 더 여름옷을 입고 시원함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고 소매를 걷어 올리며 열심히 걸었다. 생각에 골몰하느라 내가 나를 잊으며 무의식적으로 걷는데 가로등 불빛 아래 한 무리의 억새들이 가만가만 제 머리를 날리고 있다. 어쩜 벌써 억새가 꽃을 피웠구나. 이제 막 피어난 듯 부드러움 보다는 어색함으로 불빛을 눈부셔하는 모습들에 이상스레 안도감이 느껴지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래 가을이구나 햇살 아래서 흔들리는 억새의 풋풋함을 만나고 싶었다. 점심시간을 훔쳐 시내를 벗어났다. 아, 들판은 이제 초록에서 연두의 카펫으로 바꾸고 있었다 정말 가을이구나~~ 이제 조금 ..

단상(短想) 2022.09.22

꽃무릇

요즈음에 화려한 꽃을 피우는 식물로 꽃무릇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꽃무릇을 오늘 아침에 만났다. 우연히 만난 것도, 유명한 곳도 아닌 우리 동네 호수 둘레 따라 조성된 드라이브 도로변 산등성에 꽃무릇이 피고 있음을 며칠 전부터 눈여겨보았던 터, 꽃을 만나기 위해 혼자 부산을 떨었고 유난을 피웠다. 아침 출근길에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조금만 모여 있어도 빨간 꽃빛과 화려한 자태로 주변의 식물들을 기죽게 하는 꽃으로 식물학에서의 정식 명칭은 ‘석산’이지만 우리에게는 '꽃무릇'이라는 이름이 훨씬 정겹다. 꽃무릇은 가을 초입까지 아무런 조짐을 보이지 않다가 가을바람 소슬할 때에 어느 날 문득 꽃대를 쑤욱 올리고서 꽃을 피운다. 큼지막한 꽃송이와 쭉쭉 뻗어내는, 조금은 방정스러운..

꽃과 나무 2022.09.20

화려한 조명 아래의 거미줄은

추분 절기를 며칠 앞 둔 요 며칠 날씨는 다시 여름이 오려는 듯싶게 덥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여도 절기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이런 절기의 변화 앞에서 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절기는 하지이다. 매년 6월 21일이나 22일이면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그림자는 가장 짧다는 날인데 나는 하지가 다가오면 이상하게도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그런 어떤 의식보다도 더 큰 아쉬움을 매번 경험하며 지낸다. 그 이유는 단지, 하지가 지나면 하루 1분씩 낮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아주 단순한 이치 때문이다. 막연히 낮의 길이가 1분씩 짧아진다는 것은 이제 일 년이 고비를 넘겨 하향 곡선을 그리는 시기라는 생각에 마냥 아쉬워지는 것이다. 하루 ..

단상(短想) 2022.09.18

굴비 맛은 숨죽인 당당함

추석 전 토요일, 급하게 약속된 시간에 맞추어 가느라 허둥대며 조금 일찍 사무실에서 나오는 바람에 친구와 만남이 어긋났다. 물론 친구도 사전 약속이 없이 으레 내가 사무실에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찾아온 경우였다. 아마도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무언가 선물을 가지고 왔고, 그에 일부러 말하지 않고 온 것인데 그만 어긋난 것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다음 날을 기약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로부터 어렵게 전해 받은 선물은 굴비 한 두름 이였다. 굴비는 번거롭지 않게 식탁에 올릴 수 있어 좋다. 노릇하게 구워 낸 굴비는 저절로 입맛을 당기게 한다. 조기는 생선 중에서도 맛이 좋기로 으뜸이다. 또한 제사나 차례 상에도 빠지지 않으니 절까지 받으며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조기를 소금에 절여 잘 말리면 굴비가 되어 ..

내맘의 글방 2022.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