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벚꽃들이 좀처럼 제 몸을 보여주지 않으려 앙다물고 있더니 잔잔한 봄비가 연이틀 지나고 나니 화르르 피어나기 시작한다. 봄비와 벚꽃은 무슨 관계일까. 벚꽃이 피면 사나운 비가 내려 꽃의 힘을 빼앗아 가곤 했는데 올해는 반대로 봄비가 꽃을 피우도록 하는 것 아닌가. 봄비와 벚꽃은 미묘한 심리전을 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꽃을 반기는 상춘객들에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삶이 어떠한가? ’ 라며 상춘곡을 읊는다. 밤 벚꽃 아래에 펼쳐진 야시장에 활기가 가득하다. 여행을 다녀오니 밑반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 생활 패턴에는 밑반찬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걱정이 앞서니 모든 일 제쳐두고 밑반찬을 만들어야 했다. 남편 식성에 맞는 것을 준비하기 마련인데 이참에는 어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