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노랑으로 어느 해 3월 21일, 뒷산 생강나무 꽃 달리는 차창을 열어도 달려드는 바람이 차갑지가 않다. 휙휙 지나치는 들판의 마른풀들의 마른 웃음에 조금씩 생기가 도는 듯싶다. 아마도 땅속의 뿌리가 성급한 마음으로 불끈 올려주는 힘을 받아서일 것이다. 노란 금메달을 목에 건 병아리처럼 여린.. 단상(短想) 2014.02.19
진정 봄비 인가요?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저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린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이른 새벽 슬그머니 문을 열고나서니 가만가만 소리 없이 봄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냥 맞아도 더 좋을 그런 봄비가 내리고 있었지요. 옛 시조를 읊조리며 조심스레 나.. 단상(短想) 2014.02.08
입춘대길 입춘 아침에 구구소한도를 그리며 81일 째 오늘을 기다렸다. 과연 어느 마음을 붙잡고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난 12월 19일, 동지를 앞두고 쓴 글) 이틀 후, 12월 22일은 동짓날이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로 동짓날이면 팥죽을 쑤어먹는 세시풍속이 있다. 세시풍속.. 단상(短想) 2014.02.04
겨울빛을 낚다 나지막이 내려앉은 오솔길이 한낮의 햇살 가득한 겨울빛을 낚아 함께 노닐고 있다. 나도 저 다정한 오솔길에 낚이고 싶다. 공중곡예 하듯 떨어지는 열매를 곱게 받아 푹신함으로 안아준 낙엽들~ 아, 정다워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하하 나보다 먼저 겨울빛을 낚았구나!! 단상(短想) 2014.01.06
호수와 하늘 그리고 나무 하늘과 호수가 내려주는 똑 같은 빛을 바라보는 나무의 잎 하나 달려있지 않는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면 제각각 뻗어나간 방향이 모두 다름을 보게 됩니다. 맑은 호수에 비춰진 제 모습들을 보며 한 몸의 나무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했던 마음의 흔적들이지요. 참 아름다운 모.. 단상(短想) 2013.12.20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이틀 후, 12월 22일은 동짓날이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로 동짓날이면 팥죽을 쑤어먹는 세시풍속이 있다. 세시풍속에는 자연의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는 우리 민족 고유의 지혜가 담겨있다. 우리 조상님들은 가장 긴 어둠을 틈타 행여 나쁜 기운이라도 들어올까 염려하.. 단상(短想) 2013.12.19
보이지 않는 새로움은… 나는 아주 훌륭한 화가는 아니다. 나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계절마다, 날마다 그리고 시간마다 변하는 이 골짜기의 모습, 저 평지의 굴곡과 호숫가의 형태와 풀밭 사이의 구불구불한 길을 나만큼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나처럼 그 모든 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 단상(短想) 2013.12.18
닻 • 돛 • 덫 배 후미에 커다란 ‘닻’ 이 걸려 있었다. 사실 이렇게 가까이 닻을 바라본 것은 처음이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우람하고 육중한 것임에 놀라웠다. 하기야 이 큰 배를 움직이지 않게 하려면 얼마나 큰 힘이 필요할 텐데… 하는 생각에 이르니 참 귀한 물건이다 싶다. 닻은 순 우리말인데.. 단상(短想) 201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