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12월 22일은 동짓날이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로
동짓날이면 팥죽을 쑤어먹는 세시풍속이 있다.
세시풍속에는
자연의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는 우리 민족 고유의 지혜가 담겨있다.
우리 조상님들은
가장 긴 어둠을 틈타 행여 나쁜 기운이라도 들어올까 염려하여
붉은 태양기운이 가득한 팥으로 죽을 만들어 먹으며
긴 어둠을 이겨 내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이 날을 넘기면 다시 하루해가 1분씩 길어지는 것이니
사실상 새해라 믿었었기에
동지를 애기설날이라고 불렀는지도 모른다.
또한 옛 사람들은 동짓날이 되면
긴 겨울날의 지루함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렸다고 한다.
즉 9*9=81
81개의 흰 매화를 창호지에 그려 벽이나 창에 붙여놓고서
매일 한 개씩 붉은 칠을 하였다 한다.
봄을 기다리며 하루에 하나씩 붉게 칠하다
마지막 81번째 매화에 칠을 하고
창문을 열면 진짜로 밖의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구구소한도를 그리며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는 조상들의 슬기로운 풍류라 말하지만
그 얼마나 봄을 기다린 마음이었을까.
보이지 않는다 해서 다 사라진 것은 아닌 것임을 믿고
빈 가지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으로 경이롭다.
동짓날에
내 마음에 간직한, 나만의 멋진 희망 소한도를 그려보고 싶다.
하나씩,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칠하며
목표를 이룰 거라는 그런 희망 메시지를 만나고 싶다.
81일 동안 비축한 吉祥이 가득한 시간의 문을 활짝 열면
희망이 가득 고인 나무가 눈앞에 펼쳐지듯
그런 일상이 내 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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