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닻 • 돛 • 덫

물소리~~^ 2013. 12. 16. 15:45

 

 

 

 

 

 

 

   배 후미에 커다란 ‘닻’ 이 걸려 있었다. 사실 이렇게 가까이 닻을 바라본 것은 처음이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우람하고 육중한 것임에 놀라웠다. 하기야 이 큰 배를 움직이지 않게 하려면 얼마나 큰 힘이 필요할 텐데… 하는 생각에 이르니 참 귀한 물건이다 싶다. 닻은 순 우리말인데 이를 한자로 표시하면 碇(닻 정)이다. 굳이 풀이한다면 돌로 머무르게 함이라고 할까? 배가 부두에 닻을 내리고 머무는 것을 정박(碇泊)이라 하니 닻의 의무는 내려야 제 몫을 하는 것이랄 수 있다.

 

받침 하나의 방향을 바꿔 만나는 글자는 ‘돛’ 이다. 돛 역시 배의 운항에 필요한 것이다. 지금이야 배들은 동력선이기에 돛이 없지만 옛 적 대부분의 배들은 돛을 달고 다녔다. 즉, 배를 움직이게 하려면 돛을 올려 바람을 맞는 힘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바람으로 움직이는 돛단배의 다른 이름은 범선(帆船)이다. 돛의 한자어 범(䑺=帆와 동일)은 배(舟)와 바람(風)으로 조합되었다.  바람을 맞아야하는 돛은 올려야만 제 몫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가 움직이려면 돛도 올려야 하고 닻도 올려야한다. 닻이 내려져 있는데 돛을 올렸다 해서 배는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닻을 올렸지만 돛이 내려져 있다면 이 또한 배가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배가 항구에 머무르려면 닻과 돛 모두를 내려야 한다. 돛을 내렸지만 닻이 내려지지 않았다면 배는 가만히 머무를 수 없을 것이다.

 

서로 다른 일을 해야 하는 필요함들 이지만, 이들은 같은 움직임을 해야만 배가 나아갈 수 있고 또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서로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느라 서로 합심해야 되는 일에 나 몰라라하면 배는 그야말로 ‘덫’ 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

 

서 있는 자리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함도 중요하지만 거시적인 안목으로 덫에 걸리지 않는 조화로움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절대 필요함을 문득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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