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삿빛 고운 여인들 바람이 차가운 가을날의 햇빛은 유난히 투명하였다. 양귀비가 즐겨 먹었던 과일 여지는 단삿빛이었다고 하던가. 햇볕을 걸러내는 담쟁이는 단삿빛으로 제 몸을 불사르며 바람을 움켜쥐고 있다. 벽을 타기위해, 나무를 오르기 위해, 줄기에 숨겨 키운 흡반은 어차피 비켜난 운명의 길이라.. 내맘의 글방 2012.12.05
김장을 담그며 삶의 연륜을 배우다. 일요일 이른 아침 김치 통을 들고 큰집으로 가는 길, 이럴 때는 딸이 없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나와 함께 동행 한다. 김장철에 김장김치 가지러 올 딸이 없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내 손에 들려있는 김치 통이 얼른 내 말에 아첨하듯 말을 받는다. 결혼 후 몇 년을 빼고는 .. 내맘의 글방 2012.12.02
꽃창살에 내 마음 빛을 칠하다. 내소사의 꽃창살문 (보물 291호) “내소사 가는 길의 단풍이 너무 고와 울고 싶더라.”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건너오는 순간부터 내 마음은 그리움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속절없는 그리움만 안은 채 올 해도 그냥 지나치려나 보다고 체념을 하기 시작할 무렵 뜻밖의 기회가 왔.. 내맘의 글방 2012.11.20
의궤따라 과거로의 시간여행 박물관 가을의 아침은 고요하다. 정갈하게 자리한 나무들은 지난여름의 초록을 조금치의 서운함도 지니지 않은 채 물씬물씬 덜어낸다. 보이지 않는 자연의 규칙에 따라 흐트러짐 없는 모범생처럼 계절에 순응하며 제 몸 색을 변화시키고 있다. 나무들은 제 몸을 변화시키는 때를 어떻게 .. 내맘의 글방 2012.11.13
필(筆)의 힘은 위대하다. 이른 아침,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무들은 각기 다른 모습과 서로 다른 빛으로 산야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양보하는 둥그런 마음으로 조화를 이루며 함께 어울려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배워 나 .. 내맘의 글방 2012.11.07
바위 있어 아름다운 산 가을비가 차분히 내리는 가을 아침이다. 계절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이 비 그치면 지난 토요일에 다녀온 금오산의 단풍 빛도 더 고와질 것이다. 작은 아이와 함께 가을 산을 오르는 마음이 조금은 어색했었다. 아마도 아이가 먼저 계획한 산행이었기 때문이리라. 늘 무언가를 해 주어.. 내맘의 글방 2012.10.24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나무 새벽기운은 나에게 퍽 익숙하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순간에 빚어지는 여명은 낯선 곳에서의 어색함마저 쉽게 길들여주는 편안함이 있다. 큰 숨을 들이쉬며 막 들어선 태백산의 초입에 피어난 보랏빛 쑥부쟁이의 선연한 빛이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다. 외로운 산길에 외롭고 고독.. 내맘의 글방 2012.10.16
풀꽃에 마음을 씻고 FM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곡이 흐른다. 일요일 일상으로 종종거리던 움직임을 멈추고 무슨 곡이더라? 하는 의문에 휩싸이면서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분명 곡명을 알고 있었던 곡인데 아무리 생각하려해도 생각이 나지 않으니 내 머리는 금방이라도 쥐어 짤 듯싶다. 머리를 .. 내맘의 글방 201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