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레이시아 여행 시
말레이시아 국적기인 바틱에어 항공기를 이용했다.
저가 항공으로 기내서비스로 재공 되는 식사는 물론 물을 비롯한 모두는 유료라 하였다
아침 6시 50분 출발 비행기인 만큼 기내 조식이 나올법한데,
아니 나오긴 하지만 좌석 배정 체크인 할 때 기내식을 선택하여 미리 요금을 결제하던지
승무원이 기내 배식할 때 주문하여 요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를 인솔하는 여행사에서는
이미 완불한 여행 경비에서 1인당 3만 원씩 나누어 주는 것이다.
갈 때와 돌아올 때의 기내식 비용이라 했다.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는데
기내식은 맛도 없고 특이한 향 때문에 대부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니 우리끼리 알아서 먹으라는 의미였다.
막상 말레이시아에서는 가이드의 안내로
특별한 향 때문에 먹지 못하는 음식을 만나지 못했고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만 남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며칠 후, 한 매체에서
2024년 박경리문학상 수상작 후보에 오른 육두구의 저주라는 책을 만났다.
우리의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작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깊어져
육두구가 무어지? 궁금해하며 서평을 읽어보는데
향료의 일종이며 반다제도에서 재배되는 향신료라는 말에 깜짝 반가웠다.
그곳이라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말레이시아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그곳 역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다는 이야기에
내가 다녀온 말레이시아와도 무관하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에
그만 관심이 폭발했고 책을 구매했다.
작가는 인도의 아미타브 고시,
코로나 시기 극한적 이동을 제한받는 시간 동안 집필한 책이라고 했는데
어휴~~ 무지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육두구라는 향신료에 관심이 없었다면 그냥 책을 밀쳐버렸을 것이다.
호기심이 지루함을 이겨 냈다.
책은 1621년 4월 21일 밤,
반다인들을 몰아내려는 네덜란드의 주역들이 우연히 떨어진 램프를
그 어떤 신호로 여겨 일주일간 학살이 벌어진 역사로 시작되고 있다
포르투갈이 말레이시아 말라카를 점령하고
이어 네덜란드가 또다시 말레이시아를 점령하려 한 시기인
1700년대에는 향신료가 금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었다고 한다.
향신료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맛과 냄새의 특성이 있는 만큼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대표적인 것은 정향, 육두구와 메이스였다.
메이스는 육두구 열매의 속껍질로 빨갛다.
그 향료들은 인도네시아의 화산섬인 반다제도에서만 자랐고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1621년 원주민을 대학살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하였다.
육두구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원주민을 몰아내면서까지 약탈을 했을까.
당한 자의 입장에서는 육두구의 저주이지만
육두구는 단순한 향신료가 아닌 신비의 약이라고도 하였다.
16세기 당시 유라시아를 휩쓸던 유행병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지대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니 당시의 육두구를 비롯한 향신료의 가치는 부와 사치의 상징이기도 했다니…
쟁취한 자의 입장에서는 육두구의 승리일 것만 같다.
작가는 이 시대에 빗대 서구 제국주의의 착취적 폭력을 비판하면서
그런 파괴적인 행동들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 지구의 문제를 직시하는 책이라고 마무리하고 싶다.
책 속의 내용은 흥미진진했지만 주를 달아 놓은 해석만으로도 46장,
92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어지러웠다.
어쩌면 이런 전문적인 지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려 한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박경리문학상〉의 후보작에 올랐던 것 아닐까.
하지만 아쉽게도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며칠만인 지난 9월 29일에
2024년 제13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작가 ‘실비 제르맹 Sylvie Germain’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책 읽기가 더욱 어려웠다.
어렵게 읽은 책이지만
‘육두구’라는 향신료와 ‘향신료 전쟁’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는 기억에 남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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