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종이컵의 숨은 매력

물소리~~^ 2024. 11. 12. 20:50

 

 

아들이 무언가를 보내왔다.

상자를 열어보니 베트남 커피와 종이컵 두 줄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아들한테 웬 거냐고 물으니

친구 아버지께서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커피를 선물로 사 오셨기에

아들한테 하나 보내주면서 종이컵까지 챙겨 보내온 것이란다.

 

 

베트남 커피는 여러 번 음용해 보았다..

여행은 다녀오지 않았지만 다녀온 친구나 지인들께 여러 번 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향도 맛도 괜찮다는 생각에서 이번처럼 기회가 되면 마시곤 했다

 

그런데 이 선물을 받고 커피보다는 종이컵에 더 눈과 마음이 쏠리는 것이다.

아들 친구의 자상한 마음도 보이면서 웃음이 나온다.

 

일회용 컵이 여러 면에서 유해하다고 해서

사용을 자제하기는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아주 유용한 용기다.

 

우선 사무실에서 커피 마실 때 많이 사용한다.

손님이 오면 종이컵으로 차 대접을 한다.

라면 하나를 끓여 나누어 먹을 때,

케이크 같은 빵을 나누어 먹을 때도 종이컵이 앞접시 노릇을 한다.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는다.

그뿐인가 종이컵은 물에 쉽게 젖지 않는 종이로 만들었기에

금방 사용한 컵은 씻어 말린 후

클립 등 자잘한 사무용품을 얼른얼른 담아서 서랍 속을 정리하기도 한다.

집에서는 가끔 계량컵 역할도 한다.

하니 나는 손안에 쏙 들어오는 종이컵의 유용함을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다.

 

종이컵만의 분위기도 참 좋아한다.

눈이 내리는 날,

종이컵에 내린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손안에 스며드는 따뜻함에 마음마저 따뜻해 짐을 느낄 수 있다.

 

어느 해인가 공단 쪽으로 일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느 회사의 정문 경비실 아저씨가 조용히 서서

종이컵으로 무언가를 마시는 정겨운 모습을 보고 그 순간

얼마나 부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여유로움이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10년 전, 11월 중순쯤

가야산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해인사가 가까워진 산길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보온병의 뜨거운 물에 믹스 커피 한 잔을 타서 낙엽 사이에 놓아주었다..

“커피 한잔해” 소곤거리며 내 마음을 전하노라니 정말 좋았다.

옛 선인들은 낙엽을 태워 차를 달인다 했거늘,

나 오늘 가을 햇살에 구워진 낙엽 위에 찻잔 대신 종이컵을 데워 슬그머니 건네 본다.

 

내가 건네준 커피 한 잔을 받아 든 낙엽과 나무와 햇살은 앞다투어 내 곁으로 다가온다.

깊은 숲의 향기로움을 담은 커피를 받은 그들은

나에게 자연이 지닌 온갖 선물을 되돌려 주고 있다고 믿었었다.라고 적은 글도 있다.

 

그러다 한 책을 만났다 건축을 전공한 작가가

우리 생활 곳곳에 과학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물건들에 대해 분석해 놓은 내용인데

그중 종이컵에 관한 내용도 있어서 관심으로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종이컵 윗부분의 동그란 면의 상단은

동그랗게 말려있다.

이는 안의 내용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작용을 한단다.

그에 비유해서

사각 그릇의 물을 따라보면

한 곳에 모이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그 정확성을 입증해 준다.

그 말려진 동그란 면은

턱걸이 역할도 하기에

자동판매기 등에서

걸치는 역할을 한단다.

내용물이 너무 뜨거울 때

이 상단을 손가락 끝으로 잡을 수 있어 뜨거움을 피할 수 있다고 하였다

 

 

 

종이컵은 하관이 빠르다.

이는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단다.

하관이 빠르지 않고

일정한 모습이라면

하나씩 세워 두어야 하지만

하관이 빠른 종이컵은 포개어 놓으면

쏙쏙 들어가기에

공간 활용도가 높다고 했다.

 

 

 

 

 

 

 

종이컵을 엎어 밑 부분을 보면

컵의 바닥 면은 끝부분보다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다.

만약 이 밑바닥이

끝부분과 일치하는 편편함이라면

안의 내용물이 바닥에 직접 닿는 경우가 되어

쉽게 식어버릴 수 있어

보온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하니 종이컵은 공간의 활용성과

경제성이 크다고 했다.

 

 

 

 

 

종이컵은 오래전 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 전염 방지를 위해 등장했으며

날로 발전해 최적화된 모습으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종이컵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이제 더 이상 대체적인 그 무엇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농산물 하나를 보더라도 고구마, 감자, 사과 배, 가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식물들이 살아가면서

모두 나름대로의 모양과 특성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음은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과학적 설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젖어본다

 

필요한 시기에 발명된 종이컵을 생각 없이 사용하기만 하는 우매한 마음이지만

종이컵이 지닌 과학적인 매력을 살펴보면서 그 유형은 유지하되 유해함이 적은,

더 나은 발명품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 마음을 앞세워 본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35) 2024.11.16
늦가을의 정취  (26) 2024.11.14
맛있는 단호박 이야기  (0) 2024.11.10
가을 빛 스민 가을 햇살을 담아~  (36) 2024.11.03
서로를 비추어주는 아름다움  (28) 202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