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꽃과 나무 256

거지덩굴

어려운 여건들이 자꾸만 나를 무기력하게 한다. 점심시간에 그냥 사무실을 나와 마스크를 하고 천천히 걷다 병원 주차장 둘레 잡목사이에서 거지덩굴을 만났다. 갑자기 만난 꽃에 푹푹 찌는 더위가 순식간에 달아나며 마음이 화들짝 밝아온다 꽃 보기 어려운 계절이기도 하지만 바깥나들이가 조심스러워 우리가 몸을 사리는 동안에도 자디 잔 꽃을 피우며 ‘나 꽃 이예요’ 하고 나를 부르고 있으니 정말 예쁘다. 거지덩굴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7~8월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꽃은 비록 좁쌀만 하지만 4장의 꽃잎과, 4개의 수술, 1개의 암술로 완전체를 이루며 당당하게 꽃을 피웠고 그 자디 잔 꽃이 더욱 자신감을 갖도록 다섯 장의 잎은 조용히 가지런하다. 거지덩굴이란 이름은 산삼을 닮은 잎 모습에..

꽃과 나무 2020.08.29

낭아초 (狼牙草)

우리 지역 신문에,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가 건강하게 성장해 관람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사진과 함께 실렸다. 우리에게 늑대는 흉포하고 사나운 맹수로 인식되고 있는데 사진 속 늑대 5남매는 사나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순한 모습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늑대를 영리하고 사회적인 동물이라 하여 숭배했다고 한다. 한자어로는 이리·승냥이와 함께 시랑(豺狼)으로 통칭되었으며 말승냥이라고도 하니 문득 요즈음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낭아초 (狼牙草)가 떠올랐다. 낭아초를 만나보려고 저녁 식사 후, 나선 산책길의 방향을 달리 잡았다 자전거 도로 변 산등성에서 자라는 모습을 매년 바라보고 했는데 올해는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보니 그쪽 방향으로 나설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꽃을 만난 시간..

꽃과 나무 2020.08.20

장마철 산책길은

처음 만난 개미탑 꽃의 만개를 기다리며 매일 꽃의 상태를 살폈다. 워낙 작은 꽃이어서 볼록렌즈 까지 들고 가 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2일에, 몇 송이 핀 것을 발견하고 좋아했는데 계속되는 장맛비로 개미탑 꽃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만 올해의 꽃을 마감한 듯싶어 아쉽다. 살아가는 일이 어디 좋은 날만 있을까 궂은, 사나운 장맛비에 개미탑은 절망을 느꼈을까 아득함을 체험했을까. 그럼에도 작은 꽃에, 작은 거미줄을 치고 꽃의 무엇을 탐하는 거미가 오히려 위안이 되었을까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들이 개미탑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래, 빗줄기의 사나움보다는 빗줄기로 인하여 생긴 거미줄의 맑은 모습을 받아들이자 나로 하여금 잔잔한 울림을 느끼도록 해 준 개미탑이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살아가기를..

꽃과 나무 2020.07.30

개미탑

점찍어 놓은 것 같은 작은 꽃이 개미처럼 꽃대를 타고 기어오른다. 날마다 걷는 길, 초록 풀 사이에서 붉은 기운이 감도는 줄기들이 꼿꼿하게 서 있다. 무어지? 얼른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니 세상에나~~ 개미탑이 아닌가!!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꽃이 내 눈앞에 있다니~~ 어찌나 반가운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너무나 작은 꽃, 아니 아직 개화하지 않았으니 꽃망울들과 눈 맞추기가 정말 어려웠다. 이제 날마다 꽃 피기를 기다리며 눈 맞춤하는 재미가 좋을 것인데 어쩜 이리도 작은지… 내 눈이 아플 것만 같다,

꽃과 나무 2020.07.05

왕자귀나무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호수 변 산책을 하는 날이면 다른 자귀나무와 달리 꽃 빛이 흰색인 유난히 높은 자귀나무를 딱 한곳에서 만나는데 왜 분홍색이 아니지? 나무가 높다보니 영양부실인가 보다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나무를 바라보곤 했다. 아,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름은 왕자귀나무이며 멸종위기 보호종 이라는 것을… 분홍 꽃 피는 자귀나무는 키가 3~5 m의 키에 나뭇잎은 밤이나 흐린 날에는 수면운동으로 포개진다. 왕자귀나무는 자귀나무보다 키가 훨씬 크고 잎도 클 뿐만 아니라 밤에도 잎이 접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흰색의 꽃이 피어 흰자귀나무 라고도 하는데 왕자귀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으로 목포 유달산에서 자라고 있고 군산 앞바다 어청도에서는 작윗대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꽃과 나무 2020.07.05

타래난초

저녁 산책시간에는 늘 같은 곳을 같은 방향으로 돌게 되는데 요즈음에는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다. 그렇게 걷다 만나는 호숫가 야트막한 둔덕에 잘 가꾸어 놓은 묘가 있고 묘 주변에서 타래난초가 꽃을 피우는 철이라는 예상으로 좀 더 밝은 시간에 꽃을 보려고 그렇게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며칠을 그렇게 돌면서 행여 꽃을 피웠을까하는 마음으로 기웃거려 보았지만 좀처럼 꽃을 만나기 어려웠다. 엊그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산책을 하면서 그 곁을 지나는데 어머! 옅은 분홍빛 무엇이 보이지 않는가. 얼른 묘 가까이 가 보니 어쩜~ 타래난초가 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우산을 받을 만큼의 비니 아니어서 우산을 팽개쳐두고 열심히 꽃을 들여다보았다. 실타래처럼 나선형으로 오른쪽일까 왼쪽일까 타고..

꽃과 나무 2020.06.27

마삭줄

나뭇잎이 짙어지고 산딸기가 익어가는 6월이다. 이 좋은 계절을 코로나에 빼앗기고 있을 수는 없겠지. 이제 조금 마음 놓이려고 하는데 또 다시 산발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6월부터는 아침 일찍 뒷산을 오를 계획이었다. 낮이 길어지니 이른 아침에 1시간 다녀와도 좋은 시간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날, 뒷산을 올라 바람개비도 같고, 선풍기 날개와도 비슷한 마삭줄 꽃을 만났다. 어느 솜씨 좋은 선녀가 내려와 빚어 놓기라도 했는지 진즉에 꽃망울을 보고 언제 필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 모르게 그새 활짝 꽃을 피웠던 것이다. ‘마삭줄’이라는 이름은 가늘고 길게 뻗은 줄기가 마치 마 섬유를 꼬아 만든 줄과 비슷하여 산에서 급하게 무엇을 묶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붙..

꽃과 나무 202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