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산책길은
처음 만난 개미탑 꽃의 만개를 기다리며 매일 꽃의 상태를 살폈다. 워낙 작은 꽃이어서 볼록렌즈 까지 들고 가 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2일에, 몇 송이 핀 것을 발견하고 좋아했는데 계속되는 장맛비로 개미탑 꽃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만 올해의 꽃을 마감한 듯싶어 아쉽다. 살아가는 일이 어디 좋은 날만 있을까 궂은, 사나운 장맛비에 개미탑은 절망을 느꼈을까 아득함을 체험했을까. 그럼에도 작은 꽃에, 작은 거미줄을 치고 꽃의 무엇을 탐하는 거미가 오히려 위안이 되었을까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들이 개미탑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래, 빗줄기의 사나움보다는 빗줄기로 인하여 생긴 거미줄의 맑은 모습을 받아들이자 나로 하여금 잔잔한 울림을 느끼도록 해 준 개미탑이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