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들이 자꾸만 나를 무기력하게 한다.
점심시간에 그냥 사무실을 나와 마스크를 하고 천천히 걷다
병원 주차장 둘레 잡목사이에서 거지덩굴을 만났다.
갑자기 만난 꽃에
푹푹 찌는 더위가 순식간에 달아나며 마음이 화들짝 밝아온다
꽃 보기 어려운 계절이기도 하지만
바깥나들이가 조심스러워 우리가 몸을 사리는 동안에도
자디 잔 꽃을 피우며 ‘나 꽃 이예요’ 하고 나를 부르고 있으니
정말 예쁘다.
거지덩굴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7~8월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꽃은 비록 좁쌀만 하지만
4장의 꽃잎과, 4개의 수술, 1개의 암술로 완전체를 이루며
당당하게 꽃을 피웠고
그 자디 잔 꽃이 더욱 자신감을 갖도록
다섯 장의 잎은 조용히 가지런하다.
거지덩굴이란 이름은
산삼을 닮은 잎 모습에 심마니가 달려왔지만
삼이 아님을 알고 “에이 거지같다”라고 말 한데서 유래한 이름이란다.
또 다른 속설은
옆의 식물에 걸려 자란다고 하여 걸이덩굴로 부르다가
거지덩굴로 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어쨌든 거지와는 아무 상관없는 식물임에도
불리는 이름에서 거지를 떠올리곤 하니 정말 억울할만 한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 무기력에 지쳐있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름에 비해 藥性(약성)이 아주 좋다하니
삼이 아니라 해서 실망만 할 것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