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개미탑 꽃의 만개를 기다리며
매일 꽃의 상태를 살폈다.
워낙 작은 꽃이어서
볼록렌즈 까지 들고 가 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2일에, 몇 송이 핀 것을 발견하고 좋아했는데
계속되는 장맛비로 개미탑 꽃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만 올해의 꽃을 마감한 듯싶어 아쉽다.
살아가는 일이 어디 좋은 날만 있을까
궂은, 사나운 장맛비에
개미탑은 절망을 느꼈을까
아득함을 체험했을까.
그럼에도 작은 꽃에, 작은 거미줄을 치고
꽃의 무엇을 탐하는 거미가 오히려 위안이 되었을까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들이 개미탑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래,
빗줄기의 사나움보다는
빗줄기로 인하여 생긴 거미줄의 맑은 모습을 받아들이자
나로 하여금 잔잔한 울림을 느끼도록 해 준 개미탑이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며
조바심으로 꽃을 기다리던 나의 눈 맞춤을 거두어 들여야겠다.
내 산책길은 나의 사유의 밭이다.
날마다 다니는 길에서 여태와 다른 새로움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새로움은 이미 오래전에 있어온 것인데도
내가 인식을 못하다가 느닷없이 발견한 것일 수도 있다.
친근한 듯싶으면서도 낯설게 다가오는 사물을 만나면
내 마음은 통통 튀어 오른다.
이 통통 튀어 오르는 그 무엇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내 마음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
순간의 느낌으로 아무렇게나 찍은 사물들의 사진들이지만
내 초라한 방을 찾으신 분들께도 思物(사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7월 26일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누리장나무를 만났을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린 비는 하늘타리의 꽃잎을 젖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