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짙어지고 산딸기가 익어가는 6월이다.
이 좋은 계절을 코로나에 빼앗기고 있을 수는 없겠지.
이제 조금 마음 놓이려고 하는데
또 다시 산발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6월부터는 아침 일찍 뒷산을 오를 계획이었다.
낮이 길어지니 이른 아침에 1시간 다녀와도 좋은 시간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날, 뒷산을 올라
바람개비도 같고, 선풍기 날개와도 비슷한 마삭줄 꽃을 만났다.
어느 솜씨 좋은 선녀가 내려와 빚어 놓기라도 했는지
진즉에 꽃망울을 보고 언제 필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 모르게 그새 활짝 꽃을 피웠던 것이다.
‘마삭줄’이라는 이름은
가늘고 길게 뻗은 줄기가 마치 마 섬유를 꼬아 만든 줄과 비슷하여
산에서 급하게 무엇을 묶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해마다 이 자리에서 만나는 꽃인데도
참으로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은은한 향으로 근방을 다 적시고 있으니 모르고 지나칠 수가 없는데
올해는 곁의 나무를 타고 오르면서 멋진 자태를 보여준다.
바위 위나 땅바닥을 길 때는 꽃이 잘 피지 않는 반면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서 비교적 햇빛을 잘 받을 때는 꽃도 잘 핀다는 설이 있는데
그 말을 맞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나무를 휘감고 오르고 있다.
햇살과 바람의 영양분만으로 저리도 예쁘게 자랄 수 있을까
향이 좋고
무성하게 자라는 자태에 끌려
그 자리에서 떨어질 수가 없었는데
내 일상의 시간이 빨리 가라고 이끌고 말았다.
내 안의 바람
바람개비에 실어 한 줌씩 내려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