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꽃과 나무 251

가을길의 산국香

꽃들이 귀해지는 늦가을 초라한 데크길 한 귀퉁이에 몸짓 아무렇게 서서,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작은 노오란 국화꽃이 참 예쁩니다. 제법 서늘해진 날씨이지만 주어진 제 삶을 살아가는 듯싶은 모습이 참 의연합니다. 꽃향기를 맡아보려고 허리를 구부려 꽃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는 순간, 아! 알싸한 그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요. 이 좋은 향기가 내 몸 구석구석에 자리하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나에게서 국화꽃 향기가 난다고… 나만큼 국화꽃 향기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코를 킁킁거린다면 나는 호들갑을 떨며 내 향을, 국화 향을 나누어 주렵니다.

꽃과 나무 2022.10.29

꽃보다 잎이 예쁜 크로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베란다부터 나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온 식물들과 눈인사를 하면서 창문을 열고 인접한 산 풍경의 상쾌함을 맛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며칠 전 그렇게 베란다에 서서 정수리에 남아있는 잠을 떼어내고 돌아 들어오는데 무언가가 눈에 띈다.. 아, 크로틴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얼른 남편에게 크로톤이 꽃을 피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는 다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꽃보다는 공기정화에 탁월하다는 관엽식물이 주를 이루는데 뜻밖에도 우리 집 관엽식물들은 자주 볼 수 없다는 꽃을 피우며 우리를 놀라게 하니 신기할 뿐이다. 크로톤 역시 꽃보다 잎이 더 예쁘다며 키웠기에 꽃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꽃과 나무 2022.09.25

꽃무릇

요즈음에 화려한 꽃을 피우는 식물로 꽃무릇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꽃무릇을 오늘 아침에 만났다. 우연히 만난 것도, 유명한 곳도 아닌 우리 동네 호수 둘레 따라 조성된 드라이브 도로변 산등성에 꽃무릇이 피고 있음을 며칠 전부터 눈여겨보았던 터, 꽃을 만나기 위해 혼자 부산을 떨었고 유난을 피웠다. 아침 출근길에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조금만 모여 있어도 빨간 꽃빛과 화려한 자태로 주변의 식물들을 기죽게 하는 꽃으로 식물학에서의 정식 명칭은 ‘석산’이지만 우리에게는 '꽃무릇'이라는 이름이 훨씬 정겹다. 꽃무릇은 가을 초입까지 아무런 조짐을 보이지 않다가 가을바람 소슬할 때에 어느 날 문득 꽃대를 쑤욱 올리고서 꽃을 피운다. 큼지막한 꽃송이와 쭉쭉 뻗어내는, 조금은 방정스러운..

꽃과 나무 2022.09.20

며느리들의 슬픈 이야기들

내일이 추석이다. 간단한 음식 몇 가지를 준비해 놓고 뒷산에 올랐다. 가을은 성큼 뒷산부터 찾아 들었을까? 삽상한 기운이 내 옷 소매를 내리게 한다. 하지만 일찍 찾아온 명절에 때를 맞추지 못한 가을이기에 아직은 풋풋하다. 이맘때쯤에는 뒷산에서 밤 줍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부산한데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밤나무를 쳐다보니 푸르디푸른 밤송이는 제 몸을 열려는 기색이 없이 당당함으로 나무에 달려 있다. 그렇구나! 인간 세상 바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충실히 쌓아가고 있으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아니하는 이들의 삶이 참으로 기특하다. 오랜만의 걷는 숲길이 더없이 정다우니 내 눈은 이리저리 해찰하기 바쁘다 들풀 꽃들도 아직 추석맞이를 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문득 만난 며느리밑씻개의 줄기에 돋은 가시를..

꽃과 나무 2022.09.09

붉노랑상사화 밭에서 흰상사화를 만나고 나니…

새만금방조제를 달려 나가면 방조제 끝에서 만나는 곳이 변산반도이다. 서해안 따라 펼쳐진 도로를 잠시 달리다가 우측으로 빠지면 변산해수욕장이 있고 그 옆에 자그마한 송포항이 있다. 항보다는 포구가 더 어울릴 것 같은 작은 곳이다. 송포항을 끼고도는 바다를 향한 야트막한 산등성에는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이어져 있으니 부안군에서는 이 길 따라 마실길이라는 이름의 둘레길을 조성하였고, 마실길 2코스의 시작이 송포항에서 시작된다. 이맘때쯤이면 마실길2코스에는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이유는 낮은 산 숲 가운데 얽히고설킨 잡목들 사이에서 자생하는 붉노랑상사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거의 해마다 찾아가는 곳이지만 꽃의 만개시를 못 맞추고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게 찾아가니 어느 땐 야속하기조차 하면서..

꽃과 나무 2022.08.31

한라산 시로미

시로미~ 생소한 이름이다. 지난 5월 돈내코에서 남벽분기점을 거쳐 윗세오름까지 등반을 했었다. 높은 산에 오를 적에는 그곳에서만 살아가는 나무와 식물들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을 향해 걷던 중 말로만 듣던 시로미를 만났다. 언뜻 스쳐 지나면 솔이끼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흔한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키 작은 상록성소관목으로 어엿한 나무군에 속하는 10~20cm 정도의 키에 손가락 굵기의 시로미나무다 잎은 다육이처럼 통통하여 물을 잘 저장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내가 만났던 날은 꽃이 피는 4월이 지났고 열매는 아직인 5월이어서 열매 모습을 만나지 못했지만 열매가 시어서 시로미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잘익은 열매는 맛이 달고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 희귀·멸종위기식물인 시로미(학명 E..

꽃과 나무 2022.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