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밤에 몇 차례 안전 문자를 받았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중이니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저녁 식사 후 산책 시에도
희뿌옇게 퍼진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조금 이른 아침 창밖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한 치 앞도 안 보인다는 말이 맞을까?
안개라면 미미한 낭만이라도 챙겨볼 수 있겠지만 먼지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그물망이라니!
오늘 같은 날은 집에 있는 것이 낫겠지만, 운전해야 하는 일이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이다.
어쩌지 못하고 운전석에 앉았다. 워셔액으로 앞 유리를 닦아보았지만 괜한 일이었다.
조금 한가한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안개등을 켜고 천천히 달렸다.
하지만 차량이 적은 한가한 길은 미세먼지로 짙게 색칠한 듯싶게 더욱 뿌옇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의 두 개의 안개등만 보일 뿐이었다.
마주 보이는 안개등이 한밤중에 만나는 고양이 눈처럼 무서웠다.

한순간 떠오르는 생각은 저 무서운 눈이 있어
내가 위험한 상황에서 비켜 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무서움도 잠시, 행여 상대방도 내 자동차의 안개등을 보고 조심하는 마음일까?
문득 뿌연 안갯속을 뚫고 알 수 없는 다정함이 전해 오는 듯싶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전해오는 따사로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알 수 없는 얼굴이지만 서로의 안개 등으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그와 동시에 6년 전 튀르키예(터키) 여행 시
그랜드 바자르에서 선물용으로 구매한 악마의 눈이라는 내 차 키 고리가 생각났다.
그 당시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키 고리의 모형을 악마의 눈이라고 했다.
나는 고리의 이름이 별로여서 사지 않으려 했지만
그 악마의 눈이 나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나쁨을 막아준다는 의미라고 하면서 선물용으로 좋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망설이다 몇 개를 샀고 여행에서 돌아와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그때 구매한 악마의 눈이라는 차 키 고리 하나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악마의 눈을 튀르키예 사람들은
나자르 본주우(Nazar boncuğu : 나자르 구슬)라고 한다는데
나자르는 나에게 다가오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우리의 부적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파란색의 기운이 나쁜 기운을 흡수해서 반사하는 작용으로 물리친다는 것이니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이었던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오늘만큼은 자동차의 안개등이 얼굴도 모르는 서로에게 나자르 역할을 했을까?
한낮이 지나 희미하게 제 몸을 보여주는 햇살이
답답했지요? 미안해요~~ 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나는 악마의 눈(안개 등) 덕분에 안전했다고 속엣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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