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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할매

물소리~~^ 2025. 12. 29. 20:18

 

 

 

간밤에 비와 함께 내리던 눈이 말끔히 개인 일요일 오전 책 읽기를 마쳤다.

황석영 작가님의 장편소설 ‘할매’ 였다.

신간으로 나온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이렇게 빠르게 구매하여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작가님의 책 다수를 읽은 나로서는 왠지 모르게 끌림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제목에 큰 관심이 갔다. 책 서문을 읽어보니 할매는

얼마 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 지역의 팽나무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

화들짝 반가움과 호기심이 일었다.

 

▲ 할매 읽기를 마치고 오늘(29일)오후에 찾아간 팽나무는 어느새 목책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팽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철새들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러다가 조선 시대의 천주교 학대와 동학혁명의 역사적 사실이 빠르게 지나갔다.

하여 600년의 수령을 지닌 나무의 이야기는 단순한 것이 아님을 금방 깨달았다.

600년을 살아온 팽나무를 중심으로

조선 초기부터 근현대까지의 역사를 자연 생태의 관점에서 엮어낸 작품으로

주변의 생태와 나라의 역사적 위기에 대처하는 서민들의 이야기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시베리아에서 철 따라 남하하는 철새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죽음은

팽나무의 시작을 알려 주었다. 죽은 철새가 먹은 팽나무 씨앗은

서해 갯벌에 떨어졌고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 600년을 버티며

주민들이 할매라 부르며 의지하며 당산제를 지내며 함께 지낸다.

이곳 팽나무는 수령도 가히 놀랄만하지만

땅 위 가까운 곳에서 크게 2줄기로 분지 된 아름다운 수형을 지닌 나무이다.

 

▲ 포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나무가 살아온 하제마을은 원래 바닷속 섬으로 풍부한 어패류의 고장이었다.

모든 것이 풍부했던 하제 포구는

당시의 역사적 배경에 어쩌지 못하고 모든 것을 차츰 잃어갔다.

일제강점기 시대 근처에 비행장을 건설하여 

우리 청년들을 모집해 가미카제 전법을 훈련한 후, 2차 대전 막바지 전투에 투입했다.

전쟁에서 일본이 패한 후 그곳의 비행장은 미군의 차지가 되었고

그 지역은 우리 한반도에 있으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속의 땅으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제마을은 미군기지 비행장과 안전거리 확보 사업으로 인해

주민들이 주거지를 강제로 잃고 모두 떠난 상태로 팽나무만 홀로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이 비행장과 팽나무는 철망 울타리로 경계선을 이루고 있다.

 

하제마을 팽나무는 과거 섬이었던 마을이 육지화되는 과정을 지켜본 역사의 증인이다.

19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된 하제마을의 주민들은

생업(어업)을 잃고 하나둘 떠나가는 동안에도 이 팽나무는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다.

 

▲ 저 철조망 안이 미공군기지

 

하지만 팽나무 주변 땅을 미군 공군기지에 공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오랫동안 당산제를 지낸 신성한 나무를 지키려고 똘똘 뭉쳐

나무를 살리자는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그 결과 2024년 10월 31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제 자신의 역사적 가치와 우리의 민족성과 생활상 등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는

우람하고 듬직하면서 아름다운 모양의 이 팽나무를

그 누구도 함부로 훼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작가 황석영 님은 군산에 거처를 옮기고 말년을 살아가실 거라고 했다.

작가는 이에 팽나무를 찾아가 막걸리 4병을 대접하며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하셨다.

그만큼 환경과 생태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셨다고도 했다.

팽나무를 부각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셨고

그에 큰 의미를 부여하셨음에 큰 감동이 밀려왔다.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죽음에서 어떻게 이렇게 장대한 역사를 풀어낼 수 있었는지...

 

 

 

▼ 22년 8월에 만난 하제마을 팽나무

 

▲ 그 당시는 보호수 였다.

 

 

 

팽나무를 만나고 돌아서서

하제마을 쪽으로 더 깊숙이 차를 몰았다.

만경강 줄기일까. 저 끝은 아마도 서해에 닿아 있을까.

넓고도 넓은 갯벌은 억새, 갈대만 무성했다.

 

▲ 만경강 하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갯벌은 억새들 차지!! 그 많은 조개들은 어디로 갔을까

 

▲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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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지나면 새해가 됩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는 단순한 변화에 마음이 저며오는 까닭은

새롭게 살아가고픈 염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25년은 저 개인적으로 격동의 한 해였지요.

 

우리 친구님 모든 분!

내년에도 늘 행복하시기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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