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력 섣달 보름달이 둥글게 떠올랐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걸칠 듯 말 듯 한 둥근달의 모습에
괜한 감성을 걸어보고 싶은 초저녁~~
늘 저녁식사 후 1 시간 30분가량 산책을 하곤 했는데
수영하고부터는 산책이 뜸하고 있었으니
오후 수영 후 체력소모가 많아 여력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보니 오늘처럼 걷기도 한다.
걷는 이 행위는 정말 멈추고 싶지 않은 귀한 시간이다.


밤새 많지 않은 눈이 내렸고
낮은 기온에 호수 위의 눈은 녹지 않고 굽어도는 물결 따라 살포시 얼음 위에 앉아 있다.
가로등 불빛을 받은 억새의 모습과 곧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호수 굽이 따라 돌다 보니 나를 계속 따라오는 얼음판이다.
그 반듯하고 고른 눈 판 위의 하얀 여백에 무언가를 그리고 싶은 마음으로
가로등을 배경으로 잠시 서 있노라니 내 그림자가 길게 누워있다.
누구의 작품일까. 눈? 불빛? 달빛?
아마도 내 마음을 알아차린 모두의 공통된 마음의 합작품이리라.
어둠을 머금은 파란 하늘의 품 넓은 마음이 내어준 따듯한 자리다.
내 육신은 잡념으로 가득해 무거울텐데… 저 위에 서 있지 못할 텐데……


내 그림자를 그려준 여백은 나의 그림자를 그린 이유를 설명한다.
여리박빙(如履薄氷) 이란다.
인생사의 모든 것에 급히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니 천천히
얼음을 밟듯 매사에 그림자처럼 조심하라는 뜻이라고 일러 준다.
화들짝 깨어나는 마음으로
마침 물빛다리를 건너는 내 발을 살짝 허공에 올려 가만히 내디뎌 본다.
픽! 웃음이 나온다.
음력 섣달의 아쉬움을 달래본 시간, 또 한 번 2026년의 희망에 부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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