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백건우 & 이무지치 공연

물소리~~^ 2025. 12. 14. 22:32

 

 

12월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기념일이 있는 달이다.

지금까지는 꼭 그날이 아니어도

12월 중 어느 하루를 챙기면서 으레 산이나 섬들을 찾아 나서곤 했었는데

올해는 요일까지 딱 맞추어 준 기념일을 만났는데

우연히도 그날 오후 5시에 백건우와 이무지치라는 제목으로 진행하는 공연이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다는 안내를 보고 일찍 예매했다.

덕분에 조기 할인 행운도 있었다.

 

13일 토요일, 오전에 손자와 놀다가 오후 3시에 남편과 함께 출발했다.

약한 비가 내리고 있다. 눈 소식이 있었는데

이 비가 눈이 되어 빙판 되면 돌아갈 때 어쩌지? 하는 걱정을 애써 숨기며

생각보다 푸근한 날씨에 기대를 걸어보며 달렸다.

 

 

솔직히 이무지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고

그에 우리의 피아노 거장 백건우 선생님과 함께한다는 색다른 기대감도 있었다.

일찍이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곡 전곡을 녹음한

백건우 선생님의 CD를 사들인 적도 있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CD의 인기는 대단했었다.

 

 

공연은 100분 동안 6곡을 연주하는데

백건우 선생님의 등장은 1부 끝 곡과 2부 첫 곡에 있었고

나머지는 이무지치의 단독 공연이었다.

백건우 선생님이 등장할 때는 무대의 조명이 꺼지면서 자리 배치 변경이 있었는데

가운데에 피아노와 선생님이 자리하고

이무지치 단원이 둥글게 감싸 안은 듯싶은 느낌이었는데

2부 첫 곡인 모차르트 곡을 연주할 때의 피아노 음은 정말로 청아하고 맑은 음색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런 명불허전의 연주는 백건우 선생님이시기에 당연했지만

이무지치의 연주는 그야말로 피아노와 현악기 모두가

하나의 음색으로 균형을 이루게 해 주었으니 정말 감동이었다.

그들의 앙상블은 압도적으로 무대를 장악한 듯싶었다.

 

현악기 연주자들의 활 방향은 모두 한 방향이었지만

활의 각도는 약간씩 차이를 보이며 움직였다

그 움직임 따라 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를 함께 흔들며

강약을 조절하는 일체감은

내가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착각을 느끼게 했으니

그 감미로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 사진 1 : 홈피 인용

 

▲ 사진 2 :연주 도중 사진촬영 불가 / 소리문화의전당 홈피 인용

 

또 하나의 나의 관심은 백건우 선생님의 페이지 터너였다

여성분이셨으니 우리말로 넘순이라고 하면 맞을까?

연주자들이 입장하면서 쏟아지는 박수를 받을 때

조용히 맨 뒤에서 숨은 듯 걸어들어와 백건우 선생님 피아노 옆에 조용히 앉는다.

선생님이 연주하실 때 악보를 넘겨 주는데

가만히 일어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자리에 앉고

다시 넘길 때 일어서곤 하니 나의 눈에 안 띄려야 안 띨 수 없는 그녀의 존재였다.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들이 퇴장할 때도

그녀는 조용히 맨 나중에 나가면서 관객들의 박수에서 벗어나는 그녀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내 마음에 들어왔다.

 

 

언제나 공연의 최고 열기는 앙코르 무대다

약속한 곡을 모두 연주하고 퇴장하는 그들에게 관객들은 손뼉 치며 앙코르를 연호한다.

그들이 다시 나올 때까지 박수를 계속 치는데

아마도 이무지치 단원들은 이런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듯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그 큰 악기를 매번 들고 나갔다 들어오기가 어렵다는 듯 짐짓 악기를 놓아두고 나간다.

우리는 계속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오늘 우리는 세 번의 앙코르를 선물 받았는데

첫 번 앙코르곡이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였다

나도 참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이렇게 클래식 연주로 듣고 보니 또 다른 감동이 밀려온다.

참 좋았다.

아마도 이번 한국 순회공연에 맞춰 골라 연습하였지 싶다.

관객의 정서를 인정하며 교감하는 그들의 배려가 참 고마웠다.

 

▲ 마지막 인사

 

현악기와 피아노의 어울림은 정말 신선했다.

특히 건반악기이자 현악기인 하프시코드 음색을 순간적으로 느꼈던 감동도 경험했다.

참으로 오랜만의 공연 관람에 흐뭇했다.

 

공연 도중 날씨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도 비는 내렸지만, 빙판은 아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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