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를 보았다.
세계적으로 고가품을 소장한 사람이 예술품들을 경매에 선 보였는데
경매품 중 우리의 조선 시대 궁중 화가 이택균 (1808~1883 이후?)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책거리 10폭 병풍이 소개된 것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그림을 자세히 보노라니 경매에 나온 책거리는
책장에 각종 서책과 문방구, 골동품을 세밀하게 그려 넣은 10폭 병풍이다.
추정 가는 1만5000~2만5000달러(약 2100만~3500만 원).
크리스티는 “에르테군이 소장했던 유일한 한국 고미술품으로
그의 뉴욕 타운하우스에 걸려있던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작품 속 그림에 나오는 소품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노라니
우리 조상님들의 풍류가 이렇게 멋지고 고급스러웠다니! 감동이다.
이 그림에 나오는 책들은 이름도 없고 그냥 그려진 그림에 불과하지만
우리 조선 문화를 느껴볼 수 있으면서
지금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억지일까.
여기서 말하는 책거리는 그림을 뜻한다.
우리는 교과서를 끝까지 다 배웠거나 개인적으로 참고서 한 권을 모두 다 풀이했다면
선생님과 함께 책거리한다며 조촐한 다과 식을 가지며 즐겼던 추억이 있다.
의미는 다르지만 모두 책과 관계되는 참 소중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나의 그림 실력은 형편 없다.
오죽하면 학창 시절 미술 점수는 실기에서 거의 바닥 점수를 받고
외워서 하는 필기 점수를 잘 받아 무난하게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그림 보는 재미는 정말 즐겁다. 특히나 우리의 옛 그림은 더욱 관심이 깊다.
몇 년 전,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한 옛 미술품을
대구미술관에서 전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미술관까지 다녀온 경우도 있었다.
그림에서 묻어나는 옛사람의 정서와 해학, 풍류 등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이 신문기사에 마음이 확 당겼나 보다.
조선 중기 후반, 정조 임금 시대를 흔히 조선의 르네상스라 일컫는다.
임금의 밝은 눈과 마음이 있어 신분을 뛰어넘는 재주를 지닌 사람들이
마음껏 자기 역량을 펼치며 나라의 부국을 위한 쇄신에 박차를 가한 시절이기도 하다.
그 시절 정조 임금은 책거리 그림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고
어좌 뒤에 일월오봉도 대신 책가도를 배치하였다고 한다.
하여 궁중 화가가 책거리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귀양을 보낼 정도였다니
정조 임금 시대의 르네상스는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었음을 확인해 주는 역사 이야기다.
경매에 나온 저 귀한 그림이 우리나라 누군가에게 낙찰되었으면 참 좋겠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책 대신 다양한 물건들이 책거리 소재로 등장하였다.
행운, 다산, 건강 등을 기원하는 그림이었으니 민화에 더 가까운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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