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내가 아끼는 의자는...

물소리~~^ 2024. 11. 24. 20:00

 

 

 

조금 이른 아침

그동안 모아둔 분리수거 쓰레기를 가지고 쓰레기 분리 장소로 내려가다가

나는 아! 하면서 탄성을 질렀다.

단풍나무를 비롯한 여타의 나무들이 잎을 곱게 물들이고

마치 쓰레기장을 호위하듯 서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 쓰레기 분리 수거장

 

아, 부지런한 가을 햇살은 짧게 남은 가을날의 임무를 다하려는 듯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쓰레기장을 가만가만 어루만지며 말끔하게 해 놓았구나!!

 

우리 집은 동남향이다

아침 일찍 집안에 드는 해는 종일 반간접적으로 햇빛을 집안에 들여주며 지나가는데

우리 집과 동일선상에 나란히 놓여있는 분리 쓰레기장도, 나무들도

그처럼 맑은 아침햇살을 받고 있었다.

오늘따라 쓰레기장이 참 정갈하다.

 

▲ 우리 집에서 내려다 본 쓰레기장 : 지붕만 보인다.

 

 

나에게는 쓰레기장에서 득템한 일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3년 전 일이다.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가구 대부분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 식탁을 원형으로 할까 사각형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4인용 원형으로 하되 의자는 두 개만 선택했다.

아이들도 모두 나가 있고 어쩌다 한 번 식사를 같이하게 되면

서재의 의자를 활용하기로 하고

더 많은 손님이 오는 경우에는 교자상을 이용하기로 하고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리모델링을 완성하고

집안 정리가 거의 끝나가던 시점에 쓰레기장의 저 고운 나무들이 있는 자리에

몇 개의 가구들이 쓰레기 스티커를 부착한 채 나와 있었다.

그중 귀엽고 아담한 크기이면서

우리 식탁의 원목 재질과 거의 비슷한 색상의 의자 하나가 있었다.

가까이 가서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다리 하나가 조금 휘어져 있는 것 외에는 사용하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얼른 경비실에 가서 아저씨께 저 의자 가져가도 될까요? 물으니

아, 그럼요~~ 하신다.

 

▲ 득템한 의자

 

얼른 집으로 가져와 이리저리 닦고 식탁 사이에 놓아보니 아주 안성맞춤이지 않은가.

다리 하나가 휘어짐이 조금 거슬려

마침 우리 동네에 있는 목공장으로 낑낑대며 들고 갔다.

자세히 살펴보던 주인은 금방 뚝딱 고쳐 주시는 것이다.

얼마 드리면 되느냐 물으니 만 원만 주세요~ 하신다.

룰루랄라 집으로 가져오니 누가 보아도 식탁과 한 세트 같았다.

만 원의 햄복이었다.

 

 

지금도 남편과 나는 가끔 이 의자 정말 잘 가져왔다며 뿌듯해한다.

아담 사이즈 의자는 용도가 제법 많기도 하다.

높은 곳의 물건을 올리거나 내릴 때도 유용하고

아이들 와서 함께 식사할 때도 굳이 서재 의자를 가져오지 않아도 되고

알게 모르게 정이 가니 원래의 식탁 의자보다 더 아끼는 마음이 되었다.

 

 

▲ 햇살이 거실 깊숙이 들어온다.

 

▲ 오른쪽 창 밖 물 있는 곳이 내가 매일 저녁 1시간 20분씩 걸어 돌아오는 호수

 

오늘 그 의자에 가만히 앉아 베란다 쪽을 바라보노라니

거실 깊숙이 들어온 햇살이 참 좋다.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가을 햇살은 우리 집을 가득 채우며 놀고 있다.

오늘 아침에 물을 충분히 먹고

햇살 가득 받은 화분의 나무들도 더욱 정갈하다.

 

가을 햇살은 의자에 욕심내었던 내 마음을 알고 있겠지?

쓰레기장에 곱게 부서지는 가을 정취에

어설픈 지난날 내 욕심의 한 자락을 펼쳐 본 가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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