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일요일, 우리 지역의 청암산을 다녀왔다. 비가 내리는 탓인지 산길은 오직 나 혼자뿐이다. 산의 최고 높이는 119m이지만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누적 고도는 462m라고 내 폰이 알려 주었다. 내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간혹 지저귀는 산새 소리뿐 적막하기 그지없는 산길이지만 나는 오롯한 마음을 챙길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곳곳에서 단풍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빼앗아 가고 있는데 이 작은 산은 아직도 푸르름이 더 짙다. 하니 주위의 풍경보다는 비 머금은 숲이 전해주는 향기를 듬뿍 마시며 질펀한 산길에 행여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봐 내 눈은 계속 땅을 바라보며 걸어야 했다. 작은 오솔길은 다정했다. 갈잎으로 덮인 길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