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내맘의 글방 173

가을비 내리는 산길에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일요일, 우리 지역의 청암산을 다녀왔다. 비가 내리는 탓인지 산길은 오직 나 혼자뿐이다. 산의 최고 높이는 119m이지만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누적 고도는 462m라고 내 폰이 알려 주었다. 내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간혹 지저귀는 산새 소리뿐 적막하기 그지없는 산길이지만 나는 오롯한 마음을 챙길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곳곳에서 단풍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빼앗아 가고 있는데 이 작은 산은 아직도 푸르름이 더 짙다. 하니 주위의 풍경보다는 비 머금은 숲이 전해주는 향기를 듬뿍 마시며 질펀한 산길에 행여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봐 내 눈은 계속 땅을 바라보며 걸어야 했다. 작은 오솔길은 다정했다. 갈잎으로 덮인 길이기..

내맘의 글방 2020.11.04

장맛비 내리는 날의 蓮잎은...

장맛비가 대책 없이 내린다. 멀쩡한 하늘이었다가도 금세 먹구름을 드리우는가 싶으면 곧바로 굵은 작대기 빗줄기를 내리는 것이다. 산책시간에도 그랬다. 저녁 식사 후, 날씨를 가늠하려 베란다 창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니 말끔히 개어 있으니 기분 좋게 출발을 했다. 대책 없는 비가 조금 염려되었지만 산책시간은 1시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니 거추장스러운 우산을 굳이 챙기지 않았다. 시작점에서 늘 왼쪽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돌면 물빛 광장을 만나고, 광장 주변으로 음식점들이 다수 있으니 그 번잡함을 피하는 나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그냥 오른쪽 방향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비 그친 거리는 깨끗했고 장맛비 때문인지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걷고 있는데 아니? 광장 조금 못 미..

내맘의 글방 2020.07.26

아름다운 오월에 낡은 추억이 물들다

주말에 집안일을 몰아서 할 때면 난 늘 라디오를 켜 놓고 움직인다. 귀만 소리에 빼앗기면 몸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렇게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라디오에서 슈만의 ‘아름다운 5월에’라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먼 옛날 추억을 떠 올린다. 내가 클래식이라는 고전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다. 그 당시 골치 아프게 매번 치르던 중간, 기말고사 과목으로 음악 감상 시험이 있었다. 음악선생님은 미리 열곡을 지정해 주시면서 그중 5곡이 시험으로 출제되니 열곡 모두를 잘 듣고 각각의 선율 특징을 알아 두라고만하시는 것이다. 음악 감상시험은 늘 시험기간 중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치르곤 했다. 방송실에서 교내 방송을 통해 음악을 들려주면 우리는 그 곡의 ..

내맘의 글방 2020.05.16

오동나무 꽃 아래에서

일요일, 비 그친 후 잔뜩 흐린 날씨가 마치 꼭 내 머리를 짓누르는 두통처럼 우중충하다 뒷산이라도 오르면 그나마 나아질 것 같아 차림을 하고 나섰다. 산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가며 치장하느라 바쁜 듯싶으나 사람들의 자취는 보이지 않으니 내 혼자의 발자국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산에는 팥배나무, 덜꿩나무, 노린재나무, 아까시나무 등이 하얀 꽃을 피우며 어둑한 숲을 밝혀주고 있었다. 발맘발맘 걷노라니 휘익~ 하는 나지막하고 조심스러운 긴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아, 호랑지빠귀 새이다. 호랑지빠귀 새가 울면 봄이 왔다는 신호라는데 왜 이리 늦게 찾아 와 울고 있을까. 아마도 호랑지빠귀도 그동안 자가 격리 하고 있었나 보다 행여 새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눈을 들어 두리번거렸지만 찾을 수 없어 포기하는데 갑..

내맘의 글방 2020.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