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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오월에 낡은 추억이 물들다

물소리~~^ 2020. 5. 16. 22:11

 

▲ 아름다운 5월의 산하

 

   주말에 집안일을 몰아서 할 때면 난 늘 라디오를 켜 놓고 움직인다. 귀만 소리에 빼앗기면 몸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렇게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라디오에서 슈만의 ‘아름다운 5월에’라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먼 옛날 추억을 떠 올린다.

 

내가 클래식이라는 고전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다. 그 당시 골치 아프게 매번 치르던 중간, 기말고사 과목으로 음악 감상 시험이 있었다. 음악선생님은 미리 열곡을 지정해 주시면서 그중 5곡이 시험으로 출제되니 열곡 모두를 잘 듣고 각각의 선율 특징을 알아 두라고만하시는 것이다. 음악 감상시험은 늘 시험기간 중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치르곤 했다. 방송실에서 교내 방송을 통해 음악을 들려주면 우리는 그 곡의 작곡자. 곡명, 몇 악장, 몇 주제곡인가를 답안지에 적어 내야 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 다섯 문제의 답을 맞히기 위해 10곡 모두 음악을 들으며 선율을 익혀야 했다. 그 시절 전축은 아주 귀한 가전제품 이었기에 우리는 전축이 있는 친구 집에 몰려가 같이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 다른 점수를 꿈꾸며 경쟁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 감상 시험에서 곡의 선율을 쉽게 기억해 냈던 습성으로 난 늘 5문제 모두를 맞추곤 했다. 난 그렇게 클래식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 후,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부터 점점 더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면서 종로의 음악 감상실을 폼 잡으며 드나들었고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곡 해설이 실린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지금 보니 책의 정가가 900원, 그 당시 버스 요금이 45원으로 기억되는 시절이니 책값이 고가여서 몇 번을 망설이다 구입한 책으로 얼마나 소중하게 간직하며 들고 다녔는지 모른다.

 

그 책에 대한 사랑땜이 한창일 무렵, 슈만의 시인의 사랑이란 연가곡 중 “아름다운 5월에” 라는 노래를 듣기 시작하면서 책 속의 내용을 읽었던가. 어느 날, 한 신문에서 우연히 하이네의 시 “아름다운 5월에”라는 시를 읽었고, 슈만이 그의 시 중 16편을 골라 연가곡을 지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신문 내용과 내가 애지중지하는 책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 얼마나 기쁘던지 책을 가진 그때의 뿌듯함이 지금도 고스란히 밀려왔다. 아마도 그 당시 신문에 누군가가 아름다운 계절 5월의 떠나감을 아쉬워하며 하이네의 시를 인용하여 글을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기억이 없는데 책 뒤 마지막 페이지에 5월 24일이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신문 기사를 읽고 감격에 겨워 그 날을 기입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신문에 실린 시의 부분을 스크랩하여 내 책의 갈피에 꽂아 두었고 오늘 이 책과 함께 누렇게 변색한 채 끼어 있는 스크랩된 신문지를 발견하니 그 시절의 순수했던 앎에 대한 욕구가 새삼 그리워진다.

 

 

 

책은 지금은 찾아보려야 볼 수 없는 세로쓰기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는 방향이 아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는 엮음이니 진정 박물관에라도 기증을 해야 할 것 같은 오래된 책이다. 하지만 곡의 해설이나 내용은 지금과 변함이 없으니 고전 음악이라는 명제를 명쾌하게 증명해 주는 귀한 책으로 잘 간직해야겠다. 올 해 유난히 더 아름다운 5월을 꿈꾸며 희망했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옛날의 추억으로 한 순간이나마 들뜸의 시간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는 오월 하루였다.

 

 

스크랩된 낡은 신문지의 하이네 시를 옮겨 보았다.

 

 

 

 

 

 

 

아름다운 오월에

 

                         하이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 안에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말하였어라

 

 

 

 

 

 

 

 

 

 

 

 


아름다운 5월의 식구들

▲ 때죽나무

 

▲ 노린재나무

 

▲ 아까시나무

 

▲ 찔레꽃

 

▲ 장미

 

▲ 노박덩굴

 

▲ 서양톱풀

 

▲ 칠엽수(마로니에)

 

▲ 끈끈이대나물

 

▲ 오월,  나의 산책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