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내맘의 글방 172

완벽하지 않은 멋을 만나다.

아침에 우리 지역의 신문을 읽다가 눈과 마음이 확 당기는 사진 한 점을 보았다. 한 전통자수 작가가 프린트한 달항아리 위에 수를 놓았다는 작품이었다. 내용을 읽기도 전에 은은한 바탕위의 항아리 모습에 그냥 마음이 푸근해 진 것이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자수를 좋아하고 우리 조상님들의 혼이 어린 달항아리의 모습이 좋기만 한데 작가의 상상력에 따른 벌 나비와 꽃 한 송이의 어울림이 그냥 그대로 내 마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달항아리는 모습이 마치 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조선백자이다. 이 달항아리는 절대 완벽한 좌우대칭 모습은 아니다. 오른쪽은 곱게 빚어진 곡선이지만 왼쪽은 조금 튀어 나왔으며 이 영향으로 오른쪽 목 부분이 조금 높고 왼쪽 목 부분은 조금 쳐져 있다. 어쩌면 이런 불완전한 모습이 있어 더..

내맘의 글방 2021.05.25

겨울나무의 계영배

오늘도 눈이 내렸다. 지난번처럼 갑자기 많이 내린 눈이라기보다는 새벽부터 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이다. 아침 일상을 준비하면서 내 눈은 자꾸만 창밖을 기웃거린다. 아, 오늘도 사무실까지 걸어가야지~~ 혼자만의 생각으로 마음이 동동거린다. 나보다 일찍 나가는 남편이 운전 조심하라고 한다. 건성으로 알았다고 대답하였다. 기모 속옷을 챙겨입고 지난번에 귀가 시렸기에 귀마개도 챙겼다. 마스크를 걸고, 귀마개를 하고, 모자를 쓰고, 핸드백 대신 백팩을 메고, 장갑을 끼고, 롱패딩 코트를 입고, 한 손에 우산을 설산 삼아 들고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눈 위에서 뒹굴어도 괜찮을 것 같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길을 걷노라니 마음이 한없이 맑아 온다 눈 맞은 나무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겨울날의 서정을 가장 많이 안겨주..

내맘의 글방 2021.01.18

가을비 내리는 산길에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일요일, 우리 지역의 청암산을 다녀왔다. 비가 내리는 탓인지 산길은 오직 나 혼자뿐이다. 산의 최고 높이는 119m이지만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누적 고도는 462m라고 내 폰이 알려 주었다. 내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간혹 지저귀는 산새 소리뿐 적막하기 그지없는 산길이지만 나는 오롯한 마음을 챙길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곳곳에서 단풍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빼앗아 가고 있는데 이 작은 산은 아직도 푸르름이 더 짙다. 하니 주위의 풍경보다는 비 머금은 숲이 전해주는 향기를 듬뿍 마시며 질펀한 산길에 행여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봐 내 눈은 계속 땅을 바라보며 걸어야 했다. 작은 오솔길은 다정했다. 갈잎으로 덮인 길이기..

내맘의 글방 2020.11.04

장맛비 내리는 날의 蓮잎은...

장맛비가 대책 없이 내린다. 멀쩡한 하늘이었다가도 금세 먹구름을 드리우는가 싶으면 곧바로 굵은 작대기 빗줄기를 내리는 것이다. 산책시간에도 그랬다. 저녁 식사 후, 날씨를 가늠하려 베란다 창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니 말끔히 개어 있으니 기분 좋게 출발을 했다. 대책 없는 비가 조금 염려되었지만 산책시간은 1시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니 거추장스러운 우산을 굳이 챙기지 않았다. 시작점에서 늘 왼쪽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돌면 물빛 광장을 만나고, 광장 주변으로 음식점들이 다수 있으니 그 번잡함을 피하는 나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그냥 오른쪽 방향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비 그친 거리는 깨끗했고 장맛비 때문인지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걷고 있는데 아니? 광장 조금 못 미..

내맘의 글방 2020.07.26

아름다운 오월에 낡은 추억이 물들다

주말에 집안일을 몰아서 할 때면 난 늘 라디오를 켜 놓고 움직인다. 귀만 소리에 빼앗기면 몸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렇게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라디오에서 슈만의 ‘아름다운 5월에’라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먼 옛날 추억을 떠 올린다. 내가 클래식이라는 고전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다. 그 당시 골치 아프게 매번 치르던 중간, 기말고사 과목으로 음악 감상 시험이 있었다. 음악선생님은 미리 열곡을 지정해 주시면서 그중 5곡이 시험으로 출제되니 열곡 모두를 잘 듣고 각각의 선율 특징을 알아 두라고만하시는 것이다. 음악 감상시험은 늘 시험기간 중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치르곤 했다. 방송실에서 교내 방송을 통해 음악을 들려주면 우리는 그 곡의 ..

내맘의 글방 2020.05.16

오동나무 꽃 아래에서

일요일, 비 그친 후 잔뜩 흐린 날씨가 마치 꼭 내 머리를 짓누르는 두통처럼 우중충하다 뒷산이라도 오르면 그나마 나아질 것 같아 차림을 하고 나섰다. 산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가며 치장하느라 바쁜 듯싶으나 사람들의 자취는 보이지 않으니 내 혼자의 발자국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산에는 팥배나무, 덜꿩나무, 노린재나무, 아까시나무 등이 하얀 꽃을 피우며 어둑한 숲을 밝혀주고 있었다. 발맘발맘 걷노라니 휘익~ 하는 나지막하고 조심스러운 긴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아, 호랑지빠귀 새이다. 호랑지빠귀 새가 울면 봄이 왔다는 신호라는데 왜 이리 늦게 찾아 와 울고 있을까. 아마도 호랑지빠귀도 그동안 자가 격리 하고 있었나 보다 행여 새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눈을 들어 두리번거렸지만 찾을 수 없어 포기하는데 갑..

내맘의 글방 2020.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