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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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맛은 숨죽인 당당함

추석 전 토요일, 급하게 약속된 시간에 맞추어 가느라 허둥대며 조금 일찍 사무실에서 나오는 바람에 친구와 만남이 어긋났다. 물론 친구도 사전 약속이 없이 으레 내가 사무실에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찾아온 경우였다. 아마도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무언가 선물을 가지고 왔고, 그에 일부러 말하지 않고 온 것인데 그만 어긋난 것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다음 날을 기약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로부터 어렵게 전해 받은 선물은 굴비 한 두름 이였다. 굴비는 번거롭지 않게 식탁에 올릴 수 있어 좋다. 노릇하게 구워 낸 굴비는 저절로 입맛을 당기게 한다. 조기는 생선 중에서도 맛이 좋기로 으뜸이다. 또한 제사나 차례 상에도 빠지지 않으니 절까지 받으며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조기를 소금에 절여 잘 말리면 굴비가 되어 ..

내맘의 글방 2022.09.14

매미 우는 소리를 들으며

물을 퍼붓듯 비를 쏟아내고 지나간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고도 맑다. 저 맑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아마도 아픈 마음들이 더 많아서 일 것이다. 일요일이니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다. 평소와 똑같은 시간으로 일상을 시작하고 집안청소까지 마치고 컴 앞에 앉았다. 막 의자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려 하는데 집 안에서 매미 소리가 난다. 무어지? 어떻게 집안에?? 하며 매미 소리를 따라가 보니 집 안이 아닌, 주방 옆 창 밖 우리 집 가스 배관 위에 매미 한 마리가 앉아 울고 있는 것이다. 아니 지척에 산을 두고 왜 이곳에서 울고 있을까. 사진 찍는 기척에도 날아가지 않고 울고 있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산 쪽에서 우는 매미 소리에 화답하는 듯싶게 소리를 주고받고 있다. 짝을 찾으려는 소리라는데... 입추가 지나..

내맘의 글방 2022.08.14

여름날의 추억 하나

더워도 너무 더운 날, 점심시간에 외식을 하기로 하고 조금 먼 곳, 폐교를 식당으로 운영하는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음식점까지 한적한 시골길을 차로 달리지만 바깥의 열기는 대단하다. 이 쨍한 햇볕을 품은 여름의 뜨거움이 없다면 가을의 반가움이 없을 것이고 겨울의 그리움이 시들할 것이다 하니 이 여름을 즐겨야 할 것이라며 더위를 바라보니 후끈한 열기로 화답한다. 음식점은 먹음직스러운 쌈밥집인데 그에 보리 비빔밥을 덤으로 먹을 수 있으니 나처럼 양이 작은 사람은 보리밥만으로도 한 끼가 충분할 터이지만 모두들 보리밥을 먼저 챙긴다. 제육볶음과 함께 구수한 된장찌개를 곁들인 쌈밥을 먹고 나오며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옛 교실 풍경을 둘러보는데 문득 풍금이 보인다. 그만 마음이 착 가라 앉으며 머언 ..

내맘의 글방 2022.07.30

둥지

3월 29일, 오늘로서 우리 집 리모델링을 마친지 딱 일 년이 되었다. 새집처럼 꾸며놓은 집에 들어와 모든 것을 새롭게 맞추어 나가면서 많은 것을 비우고 버렸던 것 같다 그 결과 지금은 주방이며. 옷장, 신발장 등의 수납장이 널널하고 여유롭다. 일 년 동안 행여 새로운 것에 흠집이라도 날까 아끼며 닦아온 것은 물론, 혹시 모를 하자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하며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며 지내왔고 대 여섯 번의 AS를 받기도 했다. 이제 일 년이 지났으니 무상 AS 는 끝이 났고 앞으로는 비용을 들여가며 고치고 바꿔야 하는데 당분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퇴근 후, 말끔히 정리된 집에 돌아오면 참으로 마음이 편하다. 집이란 무엇인가~~ 가족들이 마음 편히 쉬며 지내는 아늑한 둥지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아이들..

내맘의 글방 2022.03.29

마실길, 혼자서 걸었다

부안의 둘레길 명칭은 마실길이다. 마실의 사전적 의미는 이웃사람을 만나기 위해 놀러 나간다는 것이니 븕노랑상사화를 만나러 지난 9월 11일에 변산의 해변에 접해 있는 2코스 마실길을 찾아 나섰다. 그곳에는 자생하는 붉노랑상사화가 지난 8월 말 경 부터 장관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곤 했지만 딱히 마음 움직임도 없었고 시간상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냥 놀러 나선 길~ 꽃은 이미 지고 있었다. 몇몇 남은 꽃무리들은 화려함보다는 시간의 더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민낯의 모습으로 간간이 길목을 지키고 서서 늦은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하는 마음이 화들짝 밝아온다. 시작점에 들어서자 오솔길가에는 조개껍질에 소원을 적어 걸어놓는 곳이 있었다. 지난 15년에 항암치료를 받으..

내맘의 글방 2021.09.19

능소화 필때면 슬픔이 밀려온다.

29년 전 우리 아버지께서는 정년퇴임을 하시고 경기도 일산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아들들이 그곳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며 지내고 있기도 했지만 유난히 학구열이 강하셨던 아버지 스스로 퇴임 후 첫째 목표이신 대학원에 다니고 싶으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울시립대학원을 수료하시고 소일하시던 아버지께서 18년 전에 먼저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 아파트를 지키며 아들들 곁에서 지내셨다. 어느 해 어머니 생신 즈음에 일산의 어머니 댁을 방문하였다 마중 나온 어머니는 내가 차를 주차하자마자 나를 데리고 아파트 화단으로 가시는 것이다. 우리 라인으로 올라가는 화단 한 구석에 능소화가 줄기를 타고 오르고 있었는데 울 어머니는 그걸 가르치며 ‘이것 내가 심었다’ 하시는 것이다. 경비아저씨들이 심을 수 없다고 말리셨지만..

내맘의 글방 2021.07.13

완벽하지 않은 멋을 만나다.

아침에 우리 지역의 신문을 읽다가 눈과 마음이 확 당기는 사진 한 점을 보았다. 한 전통자수 작가가 프린트한 달항아리 위에 수를 놓았다는 작품이었다. 내용을 읽기도 전에 은은한 바탕위의 항아리 모습에 그냥 마음이 푸근해 진 것이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자수를 좋아하고 우리 조상님들의 혼이 어린 달항아리의 모습이 좋기만 한데 작가의 상상력에 따른 벌 나비와 꽃 한 송이의 어울림이 그냥 그대로 내 마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달항아리는 모습이 마치 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조선백자이다. 이 달항아리는 절대 완벽한 좌우대칭 모습은 아니다. 오른쪽은 곱게 빚어진 곡선이지만 왼쪽은 조금 튀어 나왔으며 이 영향으로 오른쪽 목 부분이 조금 높고 왼쪽 목 부분은 조금 쳐져 있다. 어쩌면 이런 불완전한 모습이 있어 더..

내맘의 글방 2021.05.25

겨울나무의 계영배

오늘도 눈이 내렸다. 지난번처럼 갑자기 많이 내린 눈이라기보다는 새벽부터 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이다. 아침 일상을 준비하면서 내 눈은 자꾸만 창밖을 기웃거린다. 아, 오늘도 사무실까지 걸어가야지~~ 혼자만의 생각으로 마음이 동동거린다. 나보다 일찍 나가는 남편이 운전 조심하라고 한다. 건성으로 알았다고 대답하였다. 기모 속옷을 챙겨입고 지난번에 귀가 시렸기에 귀마개도 챙겼다. 마스크를 걸고, 귀마개를 하고, 모자를 쓰고, 핸드백 대신 백팩을 메고, 장갑을 끼고, 롱패딩 코트를 입고, 한 손에 우산을 설산 삼아 들고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눈 위에서 뒹굴어도 괜찮을 것 같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길을 걷노라니 마음이 한없이 맑아 온다 눈 맞은 나무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겨울날의 서정을 가장 많이 안겨주..

내맘의 글방 2021.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