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담그는 수준의 김장을 마치고
일 년에 두어 번 사용하는 그릇들을 깨끗이 씻어 정리하고
어질러진 집안 정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어쨌든 한 번은 하고 지나야 하는 일이기에 개운하다.
바로 정육점으로 갔다.
수육을 저녁 식사 때나 먹으려 했기에 아직 삶지 않은 것이다.
고기를 사서 올라오는데
주민인듯싶은 한 여자분이 가로 주차한 차를 밀려고 하는 데 힘이 모자란 듯하였다.
멀리서 보아도 몸 앞으로 밀었다 다시 뒤돌아 뒷심으로 밀곤 하는데도
차는 꿈쩍 않는다
얼른 다가가 ‘같이해요’ 하면서 밀어주니
‘몸도 안 좋으신 분이~~’ 한다.
나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나를 아는 분이신가? 하는 생각이었지만
오래전에 크게 앓았던 나를 알고 있으니 분명 우리 아파트에 살고 계신 분이 맞을 것이다.
모른다고 하면 민망해할까 봐 그냥 ‘이제 다 나았어요’ 하니 환히 웃는다
그이 차가 나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기에
잘 다녀오세요~ 인사하며 집으로 향하려는데 ‘잠깐만 기다리세요’ 한다.
차 안에서 꺼내 온 커다란 대봉감 2개를 주는 것이다.
한산에서 주워온 감이란다.
한산이라면 금강하구둑 지나 조금 더 가면 만나는
충청도에 속하는 지역으로 신성리 갈대밭을 갈 때 지나곤 했던 곳이다.
모시로 유명한 곳!
그곳에서 산책하며 주워온 감이란다.
혼자서 어떻게 그 멀리까지 가서 산책을?
차가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언제 한 번 같이 가요‘ 한다.
웃음으로 답하고 헤어져 집으로 올라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얼굴이다. 나는 이런 경우를 종종 만난다.
일한다고 아침에 나가 저녁때에서야 들어오곤 하니
주민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이다.
사람들은 나를 조용하고 말이 없다고 말한다는 것을 듣기도 했다.
나는 상대방을 모르는데
상대방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나의 무엇을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평소에 흠 없이 잘 살아야겠다는 조심성을 일깨워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한 방향으로만 의식을 지닌 채 눈앞에 보이는 편안함에 안주하는 일은
때론 더 좋은 것을 놓치는 경우가 될 수 있음을 느껴 본다.
내 손에 들린 고기 넣은 검정 비닐봉지가 유난히 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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