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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놀이 김장

물소리~~^ 2024. 11. 30. 15:43

 

 

▲ 11월 30일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콩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루 반나절의 짧은 찬란한 시간이었다.

 

 

 

오늘 김장을 마쳤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소꿉놀이 정도이겠지만 나는 진심 열심히 했다.

배추는 해남 절임 배추 10kg을 어제, 29일에 도착하도록 주문하고

주문 배추는 잘 절여졌다. 김장 시작하기 2시간 전에 물을 빼라고 했다.

 

물이 빠진 후, 나는 절인 배추 포기를 다시 반으로 갈랐다.

2 등분한 포기는 너무 커서 한 번 꺼내면 오랫동안 먹으면서

제 맛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에 작게 하여 자주 꺼내 먹기 때문이다.

 

 

양념은 하나씩 하나씩 준비했다.

젓갈은 추자도에서 사 온 멸치젓을 사용했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니는 황석어젓을 김장할 때 끓이곤 했었다

언제부터 장독 항아리 하나에 젓을 담아 놓고 김장 때 보면

노릇노릇한 황석어가 맛나게 보이는 것이다.

내가 이건 무슨 고기냐고 물으니 울 어머니는 조기 새끼라고 말씀하셔서

오랫동안 황석어가 조기 새끼인 줄 알고 있었다.

 

그 황석어젓에 물을 넣고 팔팔 끓인 후 체에 거르면 체에는 가시만 남는 것이다.

끓일 때의 그 냄새는 지독히도 짜고 비린내가 많이 나곤 했는데

김장의 그 비법은 변하지 않고 전해오고 있다.

 

홍갓을 사서 알맞게 썰어 놓았고, 대파를 듬성듬성 썰어 놓았다.

무채는 생채까지 할 생각으로 3개를 준비했다.

양파를 갈아 넣고, 배 하나를 갈아 넣고

찹쌀풀을 끓였다.

 

내 하던 방식으로

찹쌀풀에 젓갈 물을 붓고 고춧가루부터 준비한 양념들을 넣고 버무리니

그럴듯한 맛이 나온다.

 

나는 요리할 때 채 썰기를 참 좋아한다.

알맞은 두께의 재료를 나란히 놓고 칼을 움직이는데

왼손은 재료를 잡아주고 오른손은 칼을 잡고

칼끝은 도마에서 떨어지지 않으면서 손잡이 부분만 올랐다 내렸다 하는데

손목의 힘이 순간적으로 가볍게 칼에 툭 떨어지면서 경쾌하게 재료를 분리하는 것이다.

그때의 리듬감이 나는 참 좋아서인지 채 썰기를 좋아하고

나의 시어머니 같으셨던 큰 동서님은 참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곤 했다.

 

▲ 오른쪽 파란색 그릇이 내가 썰은 무채2

 

오늘 나는 생채까지 할 요량으로 무를 준비했기에 기계의 힘을 빌려 보았다.

굵게 나오는 채칼은 너무 굵었고 가늘게 나오는 채칼은 너무 가늘었다,

가늘게 썰어진 무는 김장배추 양념으로는 괜찮았는데 생채 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 갓 남은 것 대파, 다 넣고 버무린 생채

 

절임 배추 10kg은 큰 김치통 하나와 작은 김치통으로 나뉘었는데

모두 꽉 찬 것은 아니었다.

작은 것은 아들네에 가져다줄 생각이다.

생채가 의외로 많았는데 여유롭게 준비한 양념 덕분에 무사히 마쳤다.

 

우리 어릴 적에는 김장하는 날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하다 보면

어머니는 노란 배춧속 하나를 뜯어 깨를 듬뿍 묻혀 입에 넣어 주시곤 했다.

그 고소함이라니~~

 

 

요즈음에는 김정하는 날에 수육이 빠지지 않는다.

솥에 양파, 대파, 생강, 마늘, 된장, 커피, 소주, 월계수 잎을 넣고

40여 분 끓이니 맛있는 수육이 되었다.

 

간호사인 며느리는 오늘 근무다.

임신 초기 3주까지는 토요일도 쉬게 해 주었는데

이제 안정기에 들어섰다며 예전대로 근무하는데 오늘 용케 근무하는 날이다.

하여 저녁 식사 시간 무렵에

김장김치와 생채, 수육용 겉절이와 삶은 수육을 가져다주려고 한다.

 

김장한다고 말도 하지 않았으니 깜짝 놀랄 것이다.

엉터리 김장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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