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둘레길 명칭은 마실길이다.
마실의 사전적 의미는
이웃사람을 만나기 위해 놀러 나간다는 것이니
븕노랑상사화를 만나러 지난 9월 11일에
변산의 해변에 접해 있는 2코스 마실길을 찾아 나섰다.
그곳에는 자생하는 붉노랑상사화가
지난 8월 말 경 부터 장관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곤 했지만
딱히 마음 움직임도 없었고 시간상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냥 놀러 나선 길~
꽃은 이미 지고 있었다.
몇몇 남은 꽃무리들은 화려함보다는
시간의 더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민낯의 모습으로
간간이 길목을 지키고 서서 늦은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하는 마음이 화들짝 밝아온다.
시작점에 들어서자
오솔길가에는 조개껍질에
소원을 적어 걸어놓는 곳이 있었다.
지난 15년에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이곳에 와서
제 건강을 지켜주세요! 하는
소원을 걸어 두었는데
흔적이 없고 지금 이곳은 온통
2021년의 소원들이 걸려 있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내 소원은 이루어 진 듯,
나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 왔지만
또 다른 마음의 병은 무겁기만 하다.
내 인생, 내 운명은 나를 만나 참 힘겨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길은 아름다웠다
바다를 바라볼 수 도 있고
꼭 붉노랑상사화는 아닐지라도
갖가지 야생화들이 내 눈과 마음을 밝게 해주며 피어 있었다.
내 안의 근심들에 구속되어 있던 내가 해방 되는 것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작은 야생화들은
제 모습들에 어떤 치장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나에게 큰 위로가 되는 존재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울 어머니의 삶의 여정도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일 것이다.
지난 날의 편안했던 날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만 아프지만
지금 현재의 어머니의 모습을 받아 들이고 기다려야할 것 같다.
마지막 걸음은 그 누구도 혼자서 가야하는 것이기에.
송포항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 있는대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내가 안 돼 보였는지
식당 주인인 듯싶은 한 분이
적어도 9월 5일까지는 와야 꽃을 제대로 볼 수있다고 일러 주신다.
'그래도 저는 오랫만에 마음의 활력을 찾았습니다' 며 속엣말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꾸벅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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