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가을 산에 담긴 특별한 마음들을 만나다

물소리~~^ 2018. 11. 11. 11:02






어제 토요일에

원래 지리산 칠선계곡의 비선담을 다녀오자는 계획을 세웠었다

한데 아들아이의 일정에 맞추다보니 시간 내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나니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어쩌면 올 가을의 마지막 비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어제 비가 내려 단풍은 더욱 고운 빛을 띄울 텐데하는 마음에

자꾸만 창밖으로 눈길이 간다.


베란다에 나서니 울 앞산이 어느 사이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늘 오솔길 걸으며 가까이 보느라 나뭇잎들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 그렇구나! 가을이 어디 깊고 높은 산에만 찾아오던가!!

집안일을 대충 마치고 뒷산에 올랐다.


밝은 시간에 만나는 우리 뒷산의 나무들은

알록달록한 색연필이 되어 제 몸들을 칠하고 있었다.

전해오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오솔길은 온통 낙엽으로 뒤덮여 있으니 푹신푹신하다.

고요한 숲속 길은 오직 내 발자국 소리뿐인데

낙엽들은 심심했는지 바스락거리며 내 꽁무니를 따라나서며 재잘거린다.




▲ 갖가지 잎들로 뒤 덮인 뒷산 오솔길



▲ 감나무잎 오솔길


난 감나무 잎의 단풍이 참 좋다

도톰한 잎들에 반점인 듯 얼룩져 있으니 마치 무늬를 그려 놓은 듯싶다.



▲ 생강나무 열매

생강나무는 암수딴그루이다

열매를 맺고 있는 이 생강나무는 암나무 일 것이다.

잎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으니 아마도 열매를 위해 나뭇잎들은 숙살된 듯~


▲ 생강나무 수나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노랗게 물든 잎을 자랑하고 있다.

아침 햇살에 나뭇잎 빛이 밝은 빛을 보이고 있다.


▲ 예덕나무


올 가을 우리 뒷산은 노란빛 나뭇잎이 많다.

생강나무와 예덕나무의 단풍 빛이다.

언뜻 보면 같은 나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둘은 서로 다른 모습이다.


▲ 예덕나무잎(왼쪽)과  생강나무 잎(오른쪽)


예덕나무 잎은 잎자루가 길고 역삼각형 잎의 굴곡이 얕으며

생강나무는 잎자루가 짧고 잎의 굴곡이 깊이 패였다.

이렇듯 서로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지니고 나무들은 살아가고 있으니

제 몸 빛을 보여주는 요즈음의 산들이 알록달록하니 진정 꽃보다 아름답다,



▲ 개암나무의 열매집

 익힌 열매를 떨어트리고 열매집만 남았다.



▲ 팥배나무

팥배나무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에는 주체 못할 만큼 열리더니해거리를 하는 것인가.

겨울을 나는 새들의 먹이가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는 닿을 듯 말 듯

서로 간에 하늘 길도 조금씩 양보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참으로 경이롭다.




▲ 댕댕이덩굴


보랏빛으로 익은 댕댕이덩굴이 고와도 보이나니 탐스런 열매가 욕심이 난다.

하지만 다른 나무를 감고 오른 줄기는

여간 힘이 센 것이 아니라서 쉽게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신이 감고 오른 나무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열매를 지키는 힘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힘인 것이다.

부드러워 보이는 곡선의 강직함은 무엇에서 비롯될까.



▲ 가막사리


▲ 미국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꽃이 청초하다.

이 가을에 꽃을 만나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저 연약한 꽃으로 씨를 품고 있을 것이니

짧은 기간에 어찌 열매 맺는 과정을 지켜낼 것인가


▲ 환삼덩굴 암꽃

이 덩굴도 암 수 딴그루 이며 암꽃이 씨앗을 맺어 번식한다.


▲ 환삼덩굴 수꽃


환삼덩굴을 만나면 조금 무섭다

얼마나 무성하게 자라는지 순식간에 옆의 식물들을 덮어버릴 뿐 아니라

까칠까칠한 작은 가시가 돋아 있어 긁히기 쉽다.

농사짓는 분들한테는 성가시고 미움을 받는 존재이면서도

나름대로의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살아간다.


▲ 노박덩굴 열매


노박덩굴 열매는 내가 좋아하는 가을열매다

우리 어렸을 적엔 까치밥으로 불리면서 꽃꽂이에 많이 사용했던 추억이 있다.

늦가을 열매가지를 화병에 꽂아두면

저 혼자 노란껍질을 벗겨내는 톡톡 소리에 자꾸만 귀 기울이곤 했는데

한 겨울, 빨간 씨앗이 떨어지고 난 후

노란 껍질만 남아 나무에 달려있는 모습도 여간 예쁘지 않다




▲ 오리나무가 많은 곳의 오솔길에는

오리나무의 초록잎들이 많이 떨어져 섞여 있으니 더욱 예쁘다



▲ 편백나무 우거진 오솔길

집으로 돌아올 때 살짝 비켜간 다른 오솔길로 접어들면 이런 편백나무 숲도 만난다.



이 산을 지키는 나무와 풀, 그리고 꽃들은

바람에 날린 풀씨와 새의 배설물에 섞인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햇살과 빗물의 영양을 받고 자랐을 것이다

또 앞으로도 이런 질서를 지니고 살아가며 숲을 이룰 것이니

어찌 우리 사람만이 나무를 심고 꽃을 심는다 할 수 있겠는가.

바람도 새도, 햇살도, 물길도 자연이 자연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지리산의 숨겨진 비경이라 일컫는 비선담에 가지는 못했지만

한 시간여의 우리 뒷산에서 여한 없이 가을을 만났다.

참 정겨운 나의 친구들이 나를 가을로 초대해 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