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의 노랑어리연
비가 오락가락하는 토요일,
사무실에서 가까운 공원산을 올랐다.
아, 얼마만인지 ~~
가늘어진 바람결을 가슴 깊이 들여 마시는 즐거움에
놓칠 것 같았던 가을을 마치 몇 년 흐른 후에 만난 듯 반갑다.
9월의 문이 열리자마자 내게 닥쳐온 업무상의 감사 일정은
내 진을 다 빼 놓은 듯싶었다.
다행히 별 일 없이 넘어가고 나니 온 몸이 나른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일상들은 어김없이 이어지고
그 또한 하나 둘 챙기며 지나노라니 블로그를 그만 소홀하게 되었다.
누가 강제로 떠맡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무언가로 채워나가고 싶어 했던 내 마음을 얼른 챙기고 싶다.
우리 아들들이 추석연휴동안
아빠 엄마 다녀오시라며 터키 해외여행을 예약해 놓았다.
3년 전에도 예약을 해 주었지만 내 건강 이상으로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다시 다녀오라며 또다시 예약을 해 놓았던 것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여
보람된 여행시간을 가지려 준비하는데 또한 마음이 바쁘다.
나는 어찌하여 이렇게 바쁜 몸으로 태어났는지…
그새 가을은 가을 소품들을 예쁘게
이곳저곳에 배치해 놓고 나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농익은 빛보다도 요즈음 막 물들어 가는 열매들의 설익은 빛이 그냥 애상스럽다.
겉 넘지 않은 조심스러움과 수줍음을 가득 안은 듯
익어가고 물들어가는 것들에 깃들은 색감이 참으로 곱다.
산 능선에 올라 여기저기 눈 맞춤을 하다 보니 가늘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준비한 우산을 펼치며 유유자적하는 마음으로 오솔길을 걷노라니
사진 찍는 일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저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가며 순서를 지키고 있을 뿐인데
나는 그 모습들이 예쁘다며 우산 든 엉거주춤한 성의 없는 자세로 사진을 찍으려고
한참을 같은 자세로 우물쭈물 하는 틈에 산 모기들이 엄청 달려들었다
덥디 더웠던 올 여름날에는 모기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제 선선해지니 모기들도 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려나 보다.
너도, 나도, 그동안 못한 일 부지런히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모기에게 몇 방 물리고 나니 개운치 못한 마음이 되고 말았다.
속상한 마음으로 그냥 우산을 들고 걷기만 했다.
빗속에서도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참으아리들은 진한 향을 풍기며 산을 수놓고 있다
참 예쁘다.
소리 없고 무늬 없는 지극한 가을비 내리는 숲속에서
나도 향을 품어 보고픈 날이었다.
품은 향으로 놓칠 뻔했던 가을을 조금 움켜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 등로에서 나팔꽃이 반겨준다
▲ 꽃들이 걸어간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 대팻집나무
▲ 며느리밥풀
▲ 며느리배꼽
▲ 금마타리
황순원의 소나기에 등장하는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 준 꽃
▲ 산박하
▲ 자귀풀
▲ 무릇
▲ 참으아리
▲ 짚신나물
▲ 쥐깨풀
▲ 들깨풀
아주 아주 작은 꽃으로 위의 쥐깨풀과 구분이 어려운데
용케도 두 꽃을 모두 만나 본 시간이었다.
▲ 나무수국
▲ 참싸리
잎이 둥글면 참싸리, 뽀죽하면 조록싸리
▲ 배풍등
▲ 솜나물 폐쇄화
▲ 쥐꼬리망초
▲ 당매자나무
▲ 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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