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한낮,
사무실에서는 가깝지만 집에서는 조금 멀다 싶은 공원 산을 올랐습니다.
호수를 끼고 있는 산등성을 오르고 또 오르며 가을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햇살이 좋았고
호숫가의 잔잔한 바람이 있어 좋았던 오후 한나절 이었어요.
그냥 오늘은 사진 같은 것 찍지 말고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보자며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 짐짓 느긋한 마음이었지만
마음 틈새를 자꾸만 비집고 들어오는
가을을 내칠 수는 없었습니다.
기어이 폰 카메라를 꺼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가을이 자꾸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 으아리도 씨방을 맺고....
▲ 화살나무 열매가 참 귀엽습니다
▲ 며느리밥풀
▲ 며느리배꼽
집으로 돌아와 주방에서 서성이는데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릅니다.
누구세요? 아, 위층 이예요
문을 열고 내다보니 위층 아주머니께서 무언가를 들고 계십니다.
무김치를 가지고 오셨네요!! 세상에~~
금방 담은 거라면서 건네주시는데 어찌나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지요.
그냥 그 자리에서 밥 반 공기하고 무김치 4조각을 먹었답니다.
익지 않은 김치였지만
무 자체가 달달하고 아삭해서 정말 맛있었어요.
빈 그릇만 달랑 돌려드리기 미안해서 마트에 가서 사온 귤 한 상자와 함께 드렸답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는데
제가 그만 마음도 몸도 살이 찔 것 같은 참 좋은 가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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