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가을비에 촉촉이 젖어든 나뭇잎들이 더 없는 정겨움으로 내 안을 파고든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잔잔한 비에 온 산의 단풍든 나뭇잎들은
여한 없이 제 빛을 더욱 진하게 보여주며 스러질 것이다.
나에게 애틋한 마음을 안겨 주는 단풍은 나무들로서는 겨울을 준비하는 몸짓이다.
미련 없이 버리며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에게서
버릴 때, 놓을 때를 놓치지 말라는 이치를 배울 수 있다.
나무가 나뭇잎이 애처로워 스스로 버리지 못하고 때를 놓치면
추운 겨울에 얼어 죽을 수 있는 화를 입게 된다는 것을 나무들은 잘 알고 있다.
월초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바쁜 와중에도
잠깐 잠깐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 이런 저런 사연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한데
요즈음 참 마음 아프게 하는 사연이 있으니 한 학교의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다.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이 세상 누구나 다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좋은 방법으로 성실하게 정도를 지켜가는 과정을 밟는다면
칭찬 받아야 마땅하지만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한 순간 잘못된 방법을 택한다면 결과는 명약관화한 것이리라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들에게 잘못된 방법을 일러준다면
모두에게 화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쌓인 마음안의 상처는 어찌할 것인가.
자기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보여주기 위한 자리를 탐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내가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 인터넷 창으로 보는 한 사건을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나무와 비교하고 있는 나를 만나고 있으니…
나무는 오직 한 자리에서 자라야 한다.
제 자리를 탓할 수 없는 법, 그에 순응하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나무는
숲속 다른 나무들과 공존하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으로
스스로 잎을 피우며, 꽃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치는 순간은
닥쳐오는 겨울이라는 계절의 위기에 맞서기 위해
단풍이라는 기회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나무는 절대 계절을 앞지르지도 않고 서서히 매 순간을 거쳐 나가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나무로부터 우리는 등고자비(登高自卑)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나무가 봄부터 시작하여 겨울을 만나고,
작은 키에서 오랜 세월을 거쳐 우람하게 자라 듯
우리도 뒷자리에서부터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낮은 곳에서부터 높은 곳으로 서서히 올라야 한다.
몇 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
나는 나의 경우를 들어 글을 끼적인 바 있으니
오늘 그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노라니 그냥 내가 부끄러워진다.
아무리 돌고 도는 세상사라지만
이런 안타까운 일만은 거듭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몇 년 전 글 ☞ http://blog.daum.net/panflut0312/3480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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