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감나무와 까치

물소리~~^ 2018. 11. 20. 16:27







오늘 아침부터 기온이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어 제법 두툼한 코트를 걸치고 나선 출근길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는 않은 듯 상쾌함이 전해온다.


이제는 나무들도 거의 나뭇잎을 떨어트린 것 같다

나는 옷을 껴입었는데 나무는 오히려 벗어내고 있으니

우뚝우뚝 줄기만이 남은 모습이 허전해 보이는 한편,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 보이면서도 참으로 당당한 모습들이다.


맨 몸의 나무들은

다른 풍경까지도 일체감을 이루며 서 있으니 마치 설치미술 작품 같아 보이기도 한다.

전시관에 들어서서 미술작품 전시회를 보듯

갈색으로 물든 자잘한 잎을 매단 축 처진 나뭇가지가 예뻐 보이는

메타세콰이어 나무 곁을 지나고,

도로 위까지 가지를 뻗고 있던 밤나무 가지를 베어낸 자리를 차지하며

노란 잎을 매달고 있는 예덕나무 곁을 지나며

에움길을 올라 마악 돌아 내려서는 곳의 폐가 옆의 감나무는 언제 보아도 정겹다.


얼마 전 까지도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는데

오늘 아침은 유독 검은 빛의 줄기만 보이면서 감은 몇 개만 남아 있는 것이다.

까치밥일까?

까치밥이란 말에는 참으로 따스한 마음이 담겨있다.

감나무 가지에 앉아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 까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겨둔 감이다.

비록 가난하게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었지만

작은 감 하나라도 나누려는 정서와 인심을 만나는 듯싶어

몇 개 남은 감을 바라보노라면 그만 내 마음이 시큰해진다.

길에서 만나는 행복이다.



눈길 한번 주고 지나치려는데 감나무 가지에 새가,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다.

까치밥이 남겨진 감나무 가지에 까치가? 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

차는 어느새 훌쩍 한참을 지나왔다. 아 사진을 찍어 둘 걸하마 날아갔을까?

헛걸음 하는 셈치고 다시 한 번 가봐? 순간에 여러 생각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난 기어이 차를 돌리고 감나무 곁에까지 되돌아가니

어쩜, 그때까지 까치는 날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로 한 쪽에 비상등을 켜고 주차시킨 뒤,

차에서 내려 살금살금 나무 곁으로 가도 새는 날아가지 않는다,

멀리서 한 번 , 한 발자국 당겨서 또 한 번, 또 나가서 한 번,

새는 날아가지 않고 나를 바라보기도 하고 뒤돌아서기도 하고

먼 곳을 응시하기도 하면서 폼을 잡아주고 있다


! 이 까치도 신세대 까치인가 보다.

하니 남겨진 감을 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얼짱 각도를 보여주며 사진 찍히기를 좋아하고 있잖은가.

웃음이 절로 난다. 요즈음 새들도 피자를 더 좋아한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 나를 힐끗 바라보고...



뒷모습을 보이고

 긴 머리를 빗어 넘긴 사람모습이다.


▲ '나 어때요?'



▲ 감이나 먹을래요~~




무심코 만나는 정겨움이 전해주는 행복은

나의 지난 추억들과 함께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

현실에서의 피 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나를 담금질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감과 까치 한 마리에 받은 행복함으로 바쁜 출근길의 가을 아침을 여한 없이 누려보았다.